31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명태균 씨 통화의 핵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다. 민주당은 대통령 취임 당일(2022년 5월 10일) 국민의힘 공천이 발표된 만큼, 임기 중 일어난 당무개입으로 본다. 반면 친윤계는 통화 시점이 공식 취임 전이어서 탄핵 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당 차원의 입장은 일절 내지 않은 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한동훈 대표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녹취록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이 공개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진의원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그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 얘기를 나눌 입장이 아니었다. 대통령실 입장이 발표됐고, 사실 관계는 그 정도 선에서 이해하고 있다”며 “당에서 추가로 파악해야 할 부분이 있는지도 아직 정확히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관련 당내 논의를 진행할 건가’라는 물음에 “그건 아니다”라며 “더 파악할 게 있는지 없는지조차 현재는 판단하기 어렵다”고만 했다. 추 원내대표는 그간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특별감찰관 추천 등을 두고 한 대표와 의견 차이를 보여왔던 친윤계 중진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는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사견 제시라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제가 말씀드릴 입장은 아니다. 원내대표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녹취 공개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공세’라는 권 의원 주장에는 “의원 (개인) 견해로 보시라”며 “제가 해석의 해석을 할 수 없다”고 했다.

◇韓에 넘어간 공… “朴 담당 한동훈 검사, 입장 내야”

당도 말을 아끼고 있다. 앞서 민주당이 오전 9시30분 기자회견을 열어 녹음파일을 공개했지만, 국민의힘은 이후 6시간이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녹음 관련 질문을 수차례 받았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공천 개입 사건을 담당했던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2018년 박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 사건 관련 판결문을 첨부하고 “한동훈 대표님, 어떻게 하실지 대답하셔야 한다”고 적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해당 사건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장, 한 대표는 사건을 담당한 검사였다. 한 대표가 당시와 같은 잣대로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한계 일부에선 당무감사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왔다. 여당 최다선인 조경태(6선) 의원은 이날 사견을 전제로 “당무감사에 착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6월 재보선 당시 공관위에서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당 차원의 감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되시기 전 있었던 일”이라며 위법성과는 거리를 뒀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율사 출신 의원들은 해당 녹취록에 대한 법률 검토도 했다. 자체 검토 결과, 대통령 당선인 신분의 녹취록은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尹 육성 파일 공개한 민주 “대통령의 공천 개입”

앞서 민주당은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당시 당선인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서 당시 윤 당선인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했다. 이에 명 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통화 음성은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재·보선 당선 이후 자신이 공천에 이바지한 점을 제3자에게 과시하는 과정에서 들려준 것이다. 실제 통화 다음 날인 10일 국민의힘은 김 전 의원을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날이다. 민주당은 취임 당일 공천이 이뤄졌다며 “명백한 공천개입”이라고 했다. 사실상 탄핵 사유라는 뜻이다.

대통령실은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대표였다”는 취지의 해명문을 냈다. 또 “당시 윤 당선인과 명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했다. 이에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서 보고를 받는 줄도, 후보 측 관계자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하는지도 몰랐다”며 “이준석 팔아 변명하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