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 내용을 두고 “일종의 정치적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육성으로 공천 개입 정도를 넘어서서 사실상 공천을 지휘·지시했다고 보이므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접경지역 주민들과의 간담회 일정에선 ‘지금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있을 수 없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권에선 해당 통화 당시 윤 대통령은 공무원이 아닌 당선인 신분이었고, 윤 대통령도 1호 당원으로 이 정도는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취재진 언급에 “국민 눈높이에서 훌륭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 일정을 마치고 국회로 복귀한 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11월 1일 국회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비상 연석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 직후 “현 상황에 대한 공유와 함께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2022년 6월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공천개입 의혹을 밝힐 증거를 확보했다며 윤 대통령과 명씨의 2022년 5월 9일 통화 음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후 명씨가 2022년 6월 15일 지인과 나눈 대화 녹음 파일도 추가로 공개했다.
명씨는 녹취에서 “아까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에게 전화가 왔다”며 “‘광역단체장 둘 앉히시고. 김진태, 박완수, 진짜 생각하신 대로. 저 조은희도 만들어 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명 대표님은 이제 ‘영남의 황태자’다’ 이러더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에서 명씨는 윤 대통령을 ‘장님 무사’로 표현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윤 대통령은 장님이지만 칼을 잘 휘두르기 때문에 장님 무사라고 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