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형 고체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고각(高角·비행거리를 줄이고자 발사 각도를 높이는 것)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31일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1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다. 합참은 북한이 지난 8일 공개한 12축 바퀴(좌우 12개씩 24륜)의 신형 이동발사대(TEL)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추가 분석 중이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공업기업소를 시찰했다고 보도하며 12축 TEL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뉴스1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ICBM 발사가 탄두 무게를 증가하는 데 목적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 미사일이 기존의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 개량형일지, 전혀 다른 새 ICBM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했다.

군 당국은 ICBM의 고도 등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본과 유사한 판단을 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의 이번 ICBM이 고각으로 발사돼 동해상으로 약 1000㎞를 비행한 뒤 일본 홋카이도 서쪽 약 300㎞ 해역 베타적경제수역(EEZ) 밖에 오전 8시 37분쯤 낙하했고, 고도는 7000㎞까지 올라갔으며, 약 86분을 비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발사한 ICBM 중 최고 수준이다. 기존 화성-18형은 정상각도(30∼45도) 발사 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1만5000㎞ 이상 비행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존 화성-18형의 비행시간은 74분 정도인데, 이보다 비행거리가 더 늘어난 것이다. 더 무거운 탄두를 장착하고 미 전역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판단하며,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 상황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