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은행의 증권투자 허용 대상에 지방채와 공공기관 등이 발행한 특수채를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유가증권 종류별 특성에 따라 투자 한도를 달리 하면, 은행의 투자 여력을 높여 '이자 장사 대체재'로 쓰일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규제 완화가 무리한 투자 또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의 감시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이러한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은행 건전성'을 목적으로 위험투자 자산의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유가증권의 투자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하고, 상환기간이 3년 초과인 채무증권은 포함하되, 위험도가 낮은 국채나 한국은행통화안정증권 등은 예외로 한다.
문제는 해당 규제가 1950년 은행법을 만들 당시 도입된 내용이란 점이다. 법 제정 이래 74년째 투자 한도를 일률적으로 제한해서다. 현행법은 지방채 또는 정부로부터 결손보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공기관 등이 발행한 특수채 등 국채, 한국은행통화안정증권 수준으로 위험도가 낮은 채권도 동일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런 비판은 10여년 전부터 나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5년 발간한 '금융규제 운영 및 개선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한도를 신용위험 수준 등 유가증권별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한도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었다.
이 보고서에는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은행의 유가증권투자 한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유가증권 투자한도를 제한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상환만기에 따른 일률적 규제가 아닌 위험정도 등 유가증권 종류별 특성에 따라 투자한도를 차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증권투자 규제 완화는 은행의 '수익 확보원 다변화'로도 연결된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6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 전체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은 93.7%로 역대 최대인 41조3878억원을 기록했다. 비(非)이자이익 비중은 6.6%(2조 9384억원)에 그쳤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당 김희곤 의원 등이 유사한 개정안을 냈지만, 여야의 관심 순위에서 밀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의 투자 여력을 신장하고, 이자 장사를 대체할 사업 경로도 확대할 수 있다"면서 "예대마진 확대로 은행만 배 불리고 서민 부담은 가중됐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