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가 안세영 선수 등 선수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후원사 광고에 무상으로 출연시켰다는 주장이 나왔다. 협회는 “후원금으로 선수를 지원했다”며 반박했지만, 규정에도 없는 방식인 데다 광고출연은 후원사와 선수 간 개별 계약으로 진행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안세영 선수 등이 출연한 요넥스 광고 화면. 요넥스는 대한배드민턴협회 후원사다. /정연욱 의원실 제공.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배드민턴 용품 업체인 요넥스(YONEX)와 후원계약을 맺으면서 ‘소속 선수들의 14일간 무상홍보 출연’을 약속했다.

실제 안세영 선수는 지난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 기간 중 요넥스 화보를 촬영하는 등 약 1년 간 6차례에 걸쳐 광고촬영, 할인 행사 등에 동원됐다. 같은 해 7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 20명, 올해 5월 올림픽 출전선수 11명도 요넥스 홍보광고에 출연했다. 여기에는 국가대표뿐 아니라 13세 이하 꿈나무 선수들도 동원됐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동의를 받는 절차는 없었다. 출연료도 지급되지 않았다. 협회는 서면 답변에서 “(선수 무상 동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협회 내부 조항에 관련 내용이 있어 무상 출연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정연욱 의원실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체육회에 선수가 무상으로 모델로 출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광고 출연은) 후원사가 선수와 개별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체육회는 물론, 축구협회도 국가대표의 초상권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후원사의 광고 등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앞서 협회를 대상으로 한 조사 중간브리핑에서 “(후원계약에 따른 무상 출연은) 국가대표 지원과 무관하며, 법령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다”고 했다.

정 의원은 “국가대표를 지원해야 할 협회가 국가대표를 협회의 돈벌이에 동원했다”며 “선수들은 협회가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는 노예가 아니다. 이런 관행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