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면담에서 한 대표의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를 거절하고, 면담 직후 원내대표를 따로 만찬에 불러 ‘당대표 홀대론’이 불거진 상황에서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오면 국민께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안 된다는 점을 더 실감하고, 민주당은 더 폭주하며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민심에 반(反)할 것”이라며 “그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느냐. 김 여사 관련 국민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 대표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발언이 약간 길어질 수 있다”며 ‘작심 발언’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위기라는 점,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점, 위기를 극복하려면 민심을 따르고 대변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계시느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 대표는 특히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일과 ‘김 여사 관련 이슈’를 직접 언급하며 “그 때에도 지금처럼 김 여사 이슈들이 모든 국민이 모이면 이야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마치 오멜라스를 떠나듯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고 했다. ‘오멜라스’는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에 등장하는 도시로, 유토피아의 잔인한 실상을 알게 된 사람들이 오멜라스를 떠난다는 내용이다.
이어 “그것은 우리 당의 전략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불행”이라며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키고 국민 삶을 나아지게 하는 선의를 가진 정치세력이다. 우리가 그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지금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친인척 비위 특별감찰관 임명할 것”
한 대표는 대통령 가족과 친척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의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이 사안을 연계해왔다. 야당이 북한 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해야만 특별감찰관 임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한 대표가 이와 무관하게 국회 추천 절차를 밟겠다고 한 것이다.
한 대표는 “우리는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국민께 여러 번 약속했다”며 “특별감찰관 추천에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조건이라는 건 지금 상황에서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결국 관철시킬 것”이라면서도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그 이후로 미루지는 않겠다”고 했다.
특히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건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대통령께도 제가 면담 과정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라며 “변화와 쇄신을 결심하자. 그래야 정부·여당이 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