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가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선수권대회 준비 과정에서 ‘경쟁 입찰’ 지침을 어기고 특정 업체와 3억원짜리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독점 후원권’을 받은 업체다. 후원 과정에서 협회 임원이 성과급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거액의 국고보조금으로 불법적 계약을 맺고, 부당 이득까지 취한 것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내 대한배드민턴협회 모습. /뉴스1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9월 BWF 월드시니어 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배드민턴 용품 업체 ‘요넥스(YONEX)코리아’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은 ▲협회가 선수단 경기복과 심판복, 코트매트, 대회구 2000타 등 2억9750만원어치 용품을 반드시 요넥스에서 독점 구매하고 ▲협회는 ‘요넥스 브랜드 로고 노출’, ‘대회 후원사 표기’ 등 홍보 권한을 주되 ▲요넥스가 후원금 3억원을 대회 개최 전 협회 계좌에 입금하고, 대회에 필요한 셔틀콕 등 각종 기자재도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협회 전무이사 김모 씨는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협회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 정 의원에 따르면, 당초 업체는 김씨의 ‘스폰서 요청’을 거절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계속되자 결국 3억원을 후원했고, 김씨는 일종의 영업 성과급으로 유치금의 10%를 챙겼다.

국고보조금통합 관리지침(제21조)에 따라, 2000만원을 초과하는 물품 및 용역계약 체결시 조달청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탁하거나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를 통해 공개입찰에 부쳐야 한다. 또 협회 정관(제24조) 및 행동강령(제27조)상 임원은 보수 또는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을 수 없다. 협회가 세금으로 후원사에 특혜를 주고, 고위직 인사는 정관에 어긋나는 돈을 챙긴 셈이다.

체육계에선 이런 관행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협회가 경쟁 입찰 없이 특정 신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안세영 선수의 신발 변경 요구를 거부한 것도 드러나 논란이 됐다. 대한체육회 역시 ‘300억원대 후원사 수의계약’으로 문제가 됐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독점구매 특혜는 국가계약법을 회피하고 이권을 챙기는 잘못된 일”이라며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고 했었다.

정연욱 의원은 “협회가 요넥스에 품목 독점 공급이라는 특혜를 제공하고 후원금의 10%를 편취한 사건”이라며 “법률 위반이자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