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회동이 예정된 21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미묘한 신경전을 보였다. 친윤(친윤석열)계인 김민전 최고위원은 한 대표에게 “김정숙·김혜경 여사에 대한 특검도 요청하라”고 제안했다. 친한(한동훈)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김 여사 논란에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전, 김재원 최고의원, 추경호 원내대표, 한 대표, 장동혁, 인요한, 진종오 최고위원. /뉴스1

김민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뿐만 아니라 김정숙, 김혜경 여사에 대한 특검을 요청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미 국정감사에서 이창수 중앙지검장도 나와서 기소하는 게 오히려 정치적인 거라고 얘기할 정도로 자신있는 듯 보였다”며 “무엇이 두려올 게 있나. 야당의 김 여사 특검을 받기를 부탁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대신 우리도 상설특검법을 이용하면 법무장관이 특검을 시작할 수 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 의혹 등에 대해 특검하자고 제안했다.

김 최고위원은 “김혜경 여사 경우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법인)카드는 200분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부분이고 더 큰 부분은 법인카드를 이용한 부분이 전혀 기소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청에서 경기도청에 이르기까지 공무원을 개인 비서로 사용하기도 했다”며 “특검을 안해서는 안 된다. 안 하는 건 역사의 죄”라고 했다.

김정숙 여사에 대해선 “타지마할을 가는데 3억원 이상의 국가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수많은 옷, 수많은 장신구, 수많은 한복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돈을 사용한 것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반면 김종혁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예고한 내달 2일 ‘김건희 여사 규탄 장외집회’를 거론하며 “민주당이 이런 폭거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할 수 있는 건 김 여사를 앞세우기 때문”이라며 “오늘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난다. 민주당의 이런 반민주 폭거에 우리 당과 지지자들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도록 김 여사 논란에 대해 근본적 대책이 나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 대표 최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다는 기사로 채워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면담 관련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안보, 민생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며 원팀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북한의 특수부대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방과 외교안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대단히 단호하고 엄정하다”며 “우리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또 여당의 쌀값 벼멸구 피해 대책 요청에 정부가 햅쌀 9.5만톤을 추가 수매 결정한 데 대해 “쌀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민생 문제에 있어서 정부와 여당은 한 팀으로서 무엇보다 우선해서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