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자당 소속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170억원대 주식 백지신탁’을 피하기 위해 구청장직을 사퇴한 데 대해 “정치를 부업처럼 생각하는 분들은 국민의힘에서 절대로 정치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라는 건 공공선을 추구하기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 공직 후보자가 백지신탁을 사전에 약속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 구청장은 170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하고 전날 퇴임식을 했다. 지난 2022년 7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지 2년 만이다. 구로는 진보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보수 정당 후보가 구로구청장에 당선된 건 12년 만이었다.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 /구로구

지방선거 당시 문 구청장은 정보통신 설비업체 ‘문엔지니어링’ 회장직을 내려놨지만, 주식 4만8000주(평가액 170억원대)는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3월 공직자 업무와 상충한다며 주식 백지신탁을 지시하자, 문 구청장은 이에 불응해 행정소송을 냈다. 그는 1·2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의 기각 전망이 나오자 구의회에 돌연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한 대표는 같은 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사퇴했다. 죄송하다”며 “이런 공적 태도 부재에 참담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국민의힘에서 이런 사람이 공천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그 자리(구로구청장)에 올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있었을텐데 그 기회를 뺏은 것이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국민으로부터 빼앗았다”고 했다.

당 차원에선 국민의힘 귀책으로 치르는 재·보궐선거의 경우,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앞서 한 대표도 당 쇄신 방안으로 이러한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당 귀책 시 무공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사람이 탈당했다가 나중에 다시 입당할 수도 있다. 당적을 다시 못 가지도록 규정을 손 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