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오늘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를 자제했지만 부정 여론을 살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김 여사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 실행도 거듭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결정 입장’에 대해 “외부에서 수사기록 다 알 수 없으니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고발된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를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4년 6개월만이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2009~2012년 주가 조작 과정에서 자금을 댔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김 여사의 계좌와 자금이 권 전 회장의 범행에 활용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대표는 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가 오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일들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것이 반복되면서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들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했다.

또 내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김 여사 문제를 중점적으로 언급할 예정임을 시사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인적 쇄신이나 대외활동 자제를 독대 때 다시 요청할 건가’라는 물음에 “어떤 말을 할지 리스트업해서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당내 일각에서 독대를 앞두고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다는 지적에 대해선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민심을 반영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당대표 임무”라며 “저는 제 임무를 다하려고 한다”고 했다.

직전 광역의원 연수 행사에서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한 데 대해선 “결국 저희가 똘똘 뭉치고 화합해야 하는 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 민심 따르는 정치를 하는 것이고 (추 원내대표도) 그런 말씀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당은 당연히 민심을 따르고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하기 위해 똘똘 뭉쳐야 한다”며 “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 대표는 ‘민주당이 이날 재발의한 특검법에서 수용할 만한 부분도 있나’라는 물음에는 “법안을 못 봤다”며 답변을 피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기소 처분에 맞춰 이날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재발의했다. 이번 특검법은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외압 의혹 등 기존 8개 의혹에 ▲8회 지방선거·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 씨를 통한 20대 대선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 개입 의혹 등이 추가됐다. 특히 해당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사건과 특검 수사에 대한 방해행위도 수사대상에 포함했다. 민주당은 이날 발의한 특검법과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설특검을 병행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