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고 추가 폭로를 예고하면서 정치권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명 씨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논란을 잠재울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전전긍긍하는 기류다. 여권 내에선 친한(한동훈)계 인사 중심으로 대통령실의 선제조치 요구도 나왔다.
◇추경호 “명태균, 언급할 가치 없다”…여권 일각 “용산 해명 좌절감 느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중감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명 씨가 공개한 김 여사와의 카톡 대화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명 씨가 ‘대통령 탄핵·하야 발언’ 등을 한 데 대해 “신빙성에 그렇게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간 명 씨를 각종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여권 내 인식이 반영된 반응이었다. 하지만 명 씨 카톡 공개에 대통령실이 입장문을 내면서 명 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사실상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되자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우선 명 씨 관련 의혹 중 ‘당원 명부 유출’ 관련해서만 이번 주 내 당무감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일쯤 당무감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야권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당원 명부 56만8000여건이 명 씨에게 유출됐고, 명 씨가 이를 활용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중앙당에서 적법하게 당원명부를 안심번호로 만들어 각 후보 캠프에 넘겨줬지만 이 과정에서 명 씨 측에 흘러갔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당무감사 결과에서 명 씨의 위법 내용이 드러나면 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대응을 두고는 여권 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명 씨가 공개한 카톡 대화 내용에서 김 여사는 명 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등 표현을 썼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화 속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라며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개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용산이 ‘오빠’는 대통령이 아니라 친오빠라고 해명했다는데, 사실이라면 그것도 문제”라며 “오빠가 누구인지에 앞서, 김 여사가 선거 브로커랑 그런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용산이 부인하지 못한 데서 더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전날 YTN 인터뷰에서 “(명 씨가) 다른 카톡을 공개하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대통령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했다.
실제로 명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공적 대화도 공개할까”라며 카톡을 추가 공개할 수 있다는 위협성 발언을 이어갔다.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명 씨는 김 여사와의 카톡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그런 거 한 2000장은 된다”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이모티콘)하는 것 있다.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계속 까면 내가 허풍쟁이인지 아닌지, 거기 가면 김건희 오빠 또 나온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명 씨 정국 블랙홀 가능성…대통령실 선제조치해야”
친한계 일부는 명 씨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이 사실관계를 먼저 알리는 등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명 씨 카톡 공개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이른바 대통령실 내 ‘김 여사 라인’ 교체, 김 여사 공개활동 자제 등 조치 실행도 거듭 압박하는 모양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채널A 인터뷰에서 “명 씨가 국정의 블랙홀처럼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도) 갑갑할 거다. 알아야 보좌할 것 아닌가”라며 “명 씨와 있었던 사실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신 부총장은 이어 “한남동 라인에 의한 (국정) 농단 사례가 무수히 많다”며 “이 정도 시그널을 보냈으면 대통령실에서 알아서 잘 처리해야 한다.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당정관계도 정상이 된다”고 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 씨의 추가 폭로 예고에 “단순한 윤리적인 혹인 정서적인 비난을 받는 것을 넘어서 명백한 범법적인 행위가 있는지 여부도 아직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계속 여러 가지를 지적했는데 그것을 미적미적 끌어오던 와중에 이런 게 터졌다”며 “지금 제2부속실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간단치 않은 상황이 돼버리지 않았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 씨의 대화 폭로에 대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고 이게 어디까지 번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해명이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놔도 믿을 수 없다는 현실이 문제”라며 “대통령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으니 대통령실 신뢰 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