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6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텃밭’을 수성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야권단일화, 당과 정부의 지지율 동반 하락 속에 격전지로 부상했지만, 민주당과 접전 끝에 승기를 꽂았다. 전당대회 후 첫 선거에서 이긴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쇄신론’을 내세워 대통령실을 압박할 동력도 얻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완료 결과에 따르면,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는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61.03%를 획득해 당선됐다. 김경지 민주당 후보는 38.96%를 얻었다. 인천 강화군수 선거에서도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가 한연희 민주당 후보를 8.85%포인트(p) 차이로 제치고 이겼다. 이로써 한 대표는 전당대회 후 처음으로 치른 선거에서 텃밭 2곳을 모두 수성했다.
앞서 여권에선 ‘이겨도 본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부산과 강화 모두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어서다. 그러나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과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 ‘윤·한(윤 대통령·한 대표) 갈등’으로 당정 지지세가 악화하면서 당내 위기감이 커졌다.
여기에 민주당과 혁신당이 금정구에 단일후보를 내면서, 선거 막판까지 국민의힘·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펼치는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이에 한 대표는 유세 기간 금정구를 6번이나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강화군 역시 인천시장 출신 안상수 후보가 국민의힘을 탈당한 만큼, 보수 표 분산 우려가 나왔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의 ‘지역 일꾼론’과 ‘당정 쇄신론’이 중도층은 물론, 보수 지지층의 우려도 불식시켰다고 본다. 실제 한 대표는 그간 현장 유세에서 “국민의힘과 정부·여당에 부족한 점, 아쉬운 점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반드시 변화하겠다” “국민 마음에 드는 정부, 당으로 바꾸겠다”며 쇄신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선거 막판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혈세낭비’ 막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가 ‘지역일꾼론’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김 여사 리스크를 차단하려 공을 들인 것이 판세를 유리하게 만들었다고 본다”며 “김영배 의원이 고인에 대한 모욕 발언을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도 “명태균 사태 등 여권 약재가 쏟아지고 정권심판 여론도 높은 가운데 승리한 건 한 대표의 ‘쇄신론’이 통한 것”이라고 했다.
◇외부 악재 속에도 勝… 韓 당내 입지 강화
한 대표의 당내 입지도 한층 굳건해질 전망이다. 취임 후 두 달 넘도록 ‘구체적 성과가 없다’는 당 안팎의 불만이 나왔지만, 선거 승리로 이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특히 2년 뒤 치러질 지방선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당내 리더십도 호평을 받을 수 있다.
김 여사 관련 ‘쇄신론’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당정 갈등을 일으킨다’는 친윤계 반발에도 ▲김 여사의 공개행보 자제 ▲’김 여사 라인’에 대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 등을 공개 요구하고 있다. 내주 초 윤 대통령과 독대를 앞둔 가운데,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집중적으로 언급할 예정이다.
김상일 평론가는 “향후 여권의 무게 추가 대통령 중심에서 한 대표 쪽으로 균형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대통령실과 한 대표 간 긴장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내주 독대 자리에서도 용산이 일방적으로 나온다면, 여론의 무게가 (오히려) 한 대표 쪽으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