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에서 침투시킨 무인기가 이달 들어 세 차례 평양 상공에 침투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 내용을 주민들이 읽는 대내 매체에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주권 사수, 안전 수호의 방아쇠는 주저 없이 당겨질 것이다’라는 제목의 전날 외무성 ‘긴급 성명’ 전문을 이날 1면에 그대로 실었다. 관영 라디오 중앙방송도 이 성명을 전했다. 조선중앙TV도 이날 오전 같은 내용을 방송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전날 중대성명에서 “한국은 지난 10월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자멸을 선택한 것이고 멸망을 재촉하고 있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모든 공격수단들은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자기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게 된다”고 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는 이 외무성 성명과 함께 전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에 포착된 무인기, 대북전단 묶음통, 대북전단 사진도 함께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탈북민 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으나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었다. 대내 매체에 보도하지는 않았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7일 담화를 내놓고 국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이 발견됐다며 대북전단 사진을 공개했다. 이 때에도 담화와 사진은 대내 매체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이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과 TV 방송에 무인기 평양 침투 사실을 공개한 것은 김정은이 지난해 말 내놓은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본격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데 평양 무인기 침투 사실 공개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TV조선에 출연해 북한의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에 대해 “북한의 언급에 일일이 대응하는 자체가 그리 현명하지 않다”며 “우리가 확인해주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말려드는 것”이라고 했다. 남남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신 실장은 북한 매체가 주민들에게 무인기 침투를 보도한 데 대해서는 “평양 방공망이 뚫렸다는 걸 인정하는 손해보다 체제 위협의 호기를 활용하는 이익이 크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이를 공개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