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10·16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로 민주당 김경지 예비후보를 확정했다. 이로써 양당은 텃밭 호남에서 적자(嫡子) 경쟁을, 험지 부산에선 협공을 펼치게 됐다. 최근 김건희 여사 의혹 등으로 여권 지지율이 하락한 가운데, 야당은 단일화에 성공한 만큼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역 앞에서 김경지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천준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과 정춘생 혁신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오후 국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단일화 결과를 발표했다. 정 수석은 “윤석열 정권의 민생 파탄, 민주주의 파괴를 심판하기 위해 양당 후보 간 대승적 결정에 의해 합의됐다”고 했다. 류제성 혁신당 후보는 단일화 발표 직후 후보 사퇴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키로 했다.

단일화는 지난 5일 후보자 토론회와 5일부터 6일까지 부산 금정구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거쳐 결정됐다. 선거법상 여론조사의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 위원장과 정 수석은 말했다. 혁신당은 야권 단일후보인 김 후보를 지원하는 한편, 민주당이 요청할 경우 강화군수 후보 지원 유세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우리는 이미 원팀이었다. 오늘부터 더 강한 원팀이 되자”고 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양당이 비난전을 벌인 것을의식한 발언이다. 조 대표는 또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 심판, 정권 붕괴로 가는 혁신당과 민주당이 같은 길에 서 있음을 정확히 목도했다”고 했다.

◇韓, 尹 배웅 대신 부산行… 리더십 시험대

이번 재보선에선 ▲전남 영광군수 ▲전남 곡성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를 선출한다. 민주당은 네 곳에 모두 후보를 냈고, 혁신당은 강화군을 제외한 세 곳에 후보를 냈다. 국민의힘은 영광군을 제외한 곡성, 금정, 강화에 자체 후보를 공천했다.

통상 국회의원 재보선 외에는 중앙 정가의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 그러나 군수·구청장을 뽑는 이번 선거엔 각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2년 뒤 치러질 지방선거 바로미터이자, 여야 당대표에 대한 ‘중간 평가’ 의미도 있어서다. 특히 여당 텃밭인 금정구 선거 결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직전 금정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2018년에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당선됐었다. 최근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공백, 김 여사 의혹으로 정부·여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야권 단일화로 여야 ‘1 대 1′ 구도가 된 만큼, 야당에도 ‘해 볼 만한’ 싸움이 됐다.

여당이 패배할 경우, 정권 심판론은 더 커진다. 전당대회 후 첫 선거를 치른 한 대표의 리더십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한 대표가 이날 동남아시아 3국 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을 배웅하는 대신, 1박 2일 일정으로 금정구에 머물며 윤일현 후보 지원 유세를 택한 이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절실하다. 내달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1심 선고를 앞두고, ‘사법리스크’를 견딜 만한 지지세를 입증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권 심판을 염원하는 부산시민과 금정구민의 염원이 모인 결과”라며 “금정에서부터 윤석열 정권에 대한 2차 심판의 기운이 타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