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녹취록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중진인 나경원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4일 당 차원의 진상 조사를 지시한 한동훈 대표를 일제히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이 지난 6월 2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내 한 일식집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이슈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지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의소리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10월 대통령실을 퇴직하고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위원으로 임명돼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나 의원은 “내부적으로 징계하는 것도 조용히 해야 하는데, 계속 한 대표의 워딩으로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슈를 엄청나게 키워놨다. 우리 진영의 손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조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을 대표의 워딩으로, 이렇게까지 대표 측근들이 모두 나서서 이슈를 키워야 하는지, 그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것 자체가 해당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또 “용산 또는 친윤(친윤석열)들을 겨냥한 건지, 아니면 지도부에 불리한 게 있나 이런 생각까지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도 비판의 대상이 되는 세상인데 한순간 흘러가는 여당 대표가 자기를 비판한다고 감찰 지시를 한다는 건 좀생이나 할 짓”이라고 비난했다. 홍 시장은 “그만하시고 국정감사 대책에 전념하십시오. 그러다가 박근혜 시즌2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친한(친한동훈)계 박상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나 의원과 홍 시장은 앞으로 좌파 매체와 결탁해 공작하고도 관용차를 타고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당원이나 전 당원이 나오면 좀생이 같지 않게 대인배가 돼 그냥 지켜봐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건가”라고 적었다.

박 대변인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대통령과 영부인을 여러 차례 함정에 빠뜨린 바로 그 매체와 공작을 한 의혹에 대한 조사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이럴 시간에 김대남을 비판하고 김대남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당의 단합과 당과 정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적었다.

한편, 김 전 행정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 채용 경위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저를 꽂아주는 그런 사실관계는 전혀 없다”며 “이곳은 스스로 도전해서 온 곳”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