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0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국민의힘 총선 백서 제목이 ‘마지막 기회’로 확정됐다. 백서에는 ‘불안정한 당정 관계로 국민 신뢰가 추락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당정관계 부문에서 ‘이종섭-황상무 사태’,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발언’, ‘김건희 여사 이슈’가 선거 패배에 영향을 미친 주요 현안으로 지목됐다. 백서가 언제 공개될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2024년 8월 14일 국민의힘 제22대 총선 백서 특별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 모습. /뉴스1

30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마지막 기회’라는 제목의 최종본을 완성했다.

백서에는 당정관계, 공천, 여의도연구원, 조직, 홍보, 전략 등으로 나눠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이 설문에는 국민의힘 총선 출마자, 당 사무처 직원,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 출입기자단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중 당정 관계 부문에서 ▲이종섭·황상무 사태(8.9점)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8.75점) ▲김건희 여사 이슈(8.51점) 순으로 선거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이종섭 호주대사 귀국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이 거부하며 갈등을 빚은 게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 김 여사와 관련해 ‘한동훈 대표의 문자 무시 논란’, ‘명품가방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의혹’ 및 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 등이 패인으로 작용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백서는 약 300쪽 분량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비롯해, 총선 출마자와 당직자 면담 등을 기초로 작성됐다. 총선백서특위의 한 위원은 백서 제목을 ‘마지막 기회’로 정한 데 대해 “절실함의 표현”이라며 “백서에 제시한 개혁을 피하고 과거를 답습하면 다시는 당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했다.

백서에는 향후 총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이 추진해야 할 6대 개혁과제도 담겼다. ▲당의 정체성 확립 및 대중적 지지기반 공고화 ▲미래지향형-소통형 조직구조로 개편 ▲빅데이터 기반 정책개발 및 홍보역량강화 ▲공천시스템 조기구축 및 투명성 강화 ▲비전을 가진 싱크탱크 ▲취약지역 및 청년-당직자배려 기준 구체화 등으로 나뉘어 기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천시스템과 관련해, 사무총장의 잦은 교체를 지적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최종본은 지난달 말 지도부에 전달됐지만, 최고위원회 안건으로 오르진 않았다.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은 한 대표 책임론도 백서에 담긴 만큼, 최고위가 심사에 부담을 느껴 이를 미룬다는 말도 나왔다. 의료 개혁 문제로 대통령실과 한 대표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백서를 내면 ‘기름 붓는 격’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 특위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놓친 부분을 잘 고쳐나가면 되는데, 지도부가 뭉그적대며 안 내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