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를 약 2주 앞두고 본격 등판했다. 지난 27일 인천 강화군수 후보 지지 유세를 시작으로, 부산 금정과 전남 곡성을 돌며 후보 지원 행보에 나선다.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끌어낼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 불발’로 흔들린 당대표 리더십을 복원하고, 당정 갈등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박용철 국민의힘 강화군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박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강화는 그동안 많이 발전했지만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다. 인천까지 가는 교통이 너무 어렵다”며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제가 있는 동안 반드시 해내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겨냥해 “경선의 기회가 있는데도 당을 탈당해서 출마한 건 주민들의 희망을 저버리는 행동이다. 명분 없는 행동”이라며 “제가 당 대표로서 말씀드린다. 복당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개소식 참석 이후 박 후보와 함께 강화 풍물시장을 방문해 지원 유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그간 10·16 재·보궐에 거리를 두면서 ‘조용한 선거’를 치르는 기류였다. 공천권을 해당 시·도당에 위임했고, 한 대표의 지원 유세 일정도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보궐 선거 지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역마다 본인의 대표 정책 공약인 ‘기본소득’을 시범 도입하겠다고 호소하며 당력을 집중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제2의 강서구청장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서구청장 선거는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이 총력 지원에 나서면서 판이 커졌는데,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졌고 결과적으로 김기현 당 대표 체제가 교체됐다.
그러나 최근 선거판 미묘하게 달라지면서 전략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이날 지원 유세 첫 지역으로 찾은 인천 강화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다. 다만 최근 안 전 시장이 국민의힘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여권에선 보수표가 양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다. 안 전 시장은 민선 3·4기 인천광역시장과 인천 지역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로,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선거구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의료공백 장기화 등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규모가 작은 구청장 선거는 현안 등 외부 요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안심할 수도 없다”는 기류다. 특히 보수 텃밭인 부산 금정이나 인천 강화 중 한 곳이라도 지거나 압승하지 못할 경우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최근 ‘독대 불발’로 한 대표의 당 안팎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재·보궐 선거 결과가 리더십 위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대표의 가장 큰 임무는 선거 기반 마련이다. 재·보궐 선거는 한 대표 취임 이후 첫 선거인데 당 지지율이나 국정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번 재·보궐을 이기게 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 기반 마련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정 갈등 상황인데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당대표 리더십도 훨씬 더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한 대표는 28일 부산 금정, 다음 달 8일에는 전남 곡성을 찾아 윤일현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와 최봉의 전남 곡성군수 후보를 각각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