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는 4일 정부가 발표한 연금개혁안에 대해 “구조개혁 방향이 제시됐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회 상설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논의를 서두르자고 촉구했다. 모수개혁뿐 아니라 기초·퇴직연금 등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하는 만큼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국회 차원의 특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특위 구성을 주장하고 있어 여야 논의기구 구성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4일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환영하면서 더불어민주당에 관련 논의를 위한 국회 상설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촉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연금특위 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모수개혁안에 더해 구조개혁안의 방향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무엇보다 국민연금만이 아닌 다층연금제도를 통한 실질소득 강화 및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는 점이 이번 개혁안의 화두”라고 덧붙였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까지 상향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이날 발표했다. 다만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보험료율이 더 가파르게 인상하는 식이다. 기대 수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출산 여성과 군 복무자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크레딧’ 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에 더해 기초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함께 활성화하는 연금 구조개혁의 틀도 제시했다. 우선 기초연금은 202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노년층부터 인상한 뒤 2027년 전체 대상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퇴직연금은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가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개인연금에 대해서도 세제 해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가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여당 연금특위 위원들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야당에서 주장하는 모수개혁만으로는 기금소진 연도를 몇 년 연장하는 데 지나지 않아 연금의 ‘지속가능성’과 ‘노후소득 보장’ ‘노인빈곤 해소’라는 공적연금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구조개혁이 동반되지 않은 모수개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정기국회까지 연금개혁 합의안을 도출해 내자는 로드맵을 제안했다. 이들은 “기금고갈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여야가 합의하는 모수개혁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동시에, 내년 정기국회까지 반드시 1단계 구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연금개혁 논의를 위한 기구로 국회 상설 연금특위와 여야정 협의체 출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정 협의체에는 기획재정부(기초연금), 보건복지부(국민연금 및 기초연금), 고용노동부(퇴직연금), 금융위원회(개인연금) 등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여토록 해 다층적이고 종합적으로 논의하자는 구상이다.

여당 특위 위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연금개혁특별위원회와 여야정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적극적인 논의의 장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은 연금개혁을 관련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내에 소위원회를 꾸려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야당과 논의기구에 대해 접점을 찾았나’라는 물음에 당 특위 위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정부안을 보면 모수개혁뿐만 아니라 구조개혁도 들어있다. 구조개혁은 적어도 5개 부처가 관련돼 있기 때문에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야당도 태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별도의 안을 제시하는 대신 정부안을 중심에 두고 사안별로 입장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은 “(여당이) 확립된 안을 내놓기보다 사안별로 야당과 협상하며 저희 안을 밝히겠다”며 “정부안을 중심에 두고 야당 안과 우리 안을 서로 의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 특위 위원들은 정부안에 대한 우려와 지적 목소리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세대별 보험료 인상률 차등 방안은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해 특위 간사인 안상훈 의원은 “연금개혁의 역사성을 감안한 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금개혁이 처음에 만들어졌을 때 소득대체율이 보험료율에 비해 턱없이 높았다가 깎여왔다. 깎이는 동안 세대별로 차이가 발생해서 지금 50대가 20대보다 조금 덜 깎인 부분이 있고 20대는 좀 더 많이 깎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장년층 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중장년층 사회 보험에 관한, 특히 저소득층과 노동시장 불안정층을 위한 두루누리 사업(저소득 1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보험료 80% 지원)이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며 “노동시장에서 어려운 중장년층에 대한 과도한 피해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동안정장치 도입이 사실상 연금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디테일(세부) 부분은 어떻게 될지 완성적으로 도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재단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