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정부가 29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의료 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료 공백과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 불안이 높아진 가운데, 의료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취임 후 매년 당 연찬회에 갔던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전 논의할 현안이 많다”며 처음으로 불참했다. ‘의대정원 증원 유예안’을 제시해 대통령실과 갈등 양상을 빚은 한동훈 대표도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보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의료 개혁 관련 정부의 대응 상황을 보고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장 수석은 ”(집단 사직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 돌아와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결코 조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장 수석은 “의사 증원을 미루고 재원만 투자해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려보겠다는 대책으로는 현장에서 효과가 발휘되지 않는다”면서 “의대 증원을 하고 의사가 (실제 의료현장으로) 나오는 시간인 10년 간 시스템을 개편해야 인센티브가 살아나고, 현장에서 변화된 모습을 봐야 의료 인력이 필수의료계로 간다”고 했다.
정부가 제시한 ‘매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정부가 여러 연구결과 통계, 기관의 예측 등을 면밀히 검토한 수치”라며 “향후 10년 간 의사 1만명을 길러내겠다는 것은 합리적 추론을 해서 계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부가 (증원 계획)을 변경한다면 국민이 실망하고 반대할 것”이라며 “여러번의 여론조사에서 의대 증원 찬성 여론이 70% 이상 나오고 있다”고 했다.
◇연휴 기간 ‘응급실 대란’ 우려에… “과장된 것”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도 했다. 장 수석은 “복지부가 전공의 파업으로 문제 생긴 병원에 대해 심층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나오는 것을 (실제가 맞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규홍 장관도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의료기관 409개 중 406개가 정상 운영 중이고 ▲이번 주 응급실 병상 수가 전공의 집단 이탈 전 대비 98%를 유지하고 있으며 ▲권역의료전문센터 전문의 수는 지난해 4분기보다 늘어났다면서 “종합해서 봤을 때 ‘응급실 붕괴’는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또 “(응급 의료 상황이) 시한폭탄이다, 셧다운 위기다, 총체적 난국이다, 붕괴직전이다, 이런 말들은 다 과장된 것이 많다”면서 “언론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생긴 듯 지적하지만, 실상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근본적 해결을 하려면 오히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정부 측의 보고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의정(의료계·정부 간)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에 대해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며 “비상(의료)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韓 “응급실 상황 심각, 국민 생명 고려한 대안 필요”
반면 한 대표는 ‘중재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생명과 관련된 사항에서 당정갈등 프레임은 사치스러운 것”이라며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중재와 타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정갈등으로 재점화한 ‘2026년 의대정원 유예’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대표는 “의료개혁을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절대적 가치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 불안감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응급 의료 체계에 문제가 없다’는 대통령실·정부 측 시각에 대해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고 보는 분들이 더 많지 않나”라며 “저는 (응급실·수술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라며 “그런 면에서 그런 대안(증원 유예)이 필요하다 말씀드렸다. 제 말이 무조건 옳다는 게 아니고, 더 좋은 방안과 돌파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