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다시 띄웠다. 이런 내용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당론 추진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정보사령부의 정보요원 신상정보 유출 사건으로 국가 안보 위기론이 불거진 가운데, 대공수사권 기능 폐지로 무너진 국정원의 방첩 역량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도 당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수 정당의 핵심 가치인 ‘안보’를 강조하며 전통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법 제98조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에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했다.

그는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서 처벌한 나라가 있나”라며 “형법 조항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에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입법을 위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당론 추진에 재차 힘을 실은 것이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최근 정보사 군무원이 중국인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간첩법 개정안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한 대표는 또 “대공수사권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했고 올해부터 시행 중인데, 국가 방첩 역량이 훼손됐다고 보고 이를 다시 되살리자는 것이다. 한 대표는 간첩사건 수사가 오랜 시일이 소요될 뿐더러, 첩보나 정보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정보기관만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하는 것이 수반돼야 진짜 간첩을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야당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 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어 이를 되살리는 입법 추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