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2기 체제의 핵심은 '중도 확장'과 '기본 시리즈'다. 차기 대선에 앞서 세금제도를 고쳐 중도층을 견인하는 한편, 현금성 복지는 늘려 전통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전략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금융투자소득세·상속세 완화 등 기존 진보진영과 다른 의견을 내며 정책 주도권 선점을 노리고 있다. 전당대회 초반부터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같은 이유다.
◇黨 강령에 '이재명표 기본사회' 명시
이재명 대표는 19일 연임 성공 후 첫 번째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의 목적은 뭐니뭐니 해도 먹고사는 문제, 먹사니즘"이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을 구하고,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이라면 모든 것을 열어두고 정부·여당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국립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자신의 대표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제1 과제로 꼽았다.
민주당은 최근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당 강령과 당헌에 명시했다. 특정 정치인이 내세운 이념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내부 우려도 제기됐지만, 결국 '학술적 용어'로 판단해 담기로 했다. 지난 12일 중앙위원회 투표를 거쳤고, 전날(18일)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90%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기본사회는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이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힌다. 보편적 복지에서 나아가 적극적 복지를 실현한다는 의미다. 2022년 대선 당시 이 대표가 학계 전문가 등을 직접 영입해 기본사회위원회를 만들었고, 여기서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등의 '기본 시리즈' 정책을 발표했었다. 현금성 지원 등 복지를 대폭 확대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전통 지지층이 선호하는 방향이다.
여권과 경제계가 반대하는 '민주당판 부스터 프로젝트' 입법에도 속도를 낸다. 대표적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 ▲지배주주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위원인 이사 분리 선출 단계적으로 확대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상장사 전자투표 위임장 도입 의무화 추진 등이 있다.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에 '기업합병 중단 청구권'을 부여하는 법도 추진키로 했다.
◇'부유세'라던 상속세도 개편… 일괄공제 2배 상향
동시에 중도 확장용 '세제 우클릭'도 추진한다. 이 대표가 연임에 도전한 때부터 당선 시점까지 일관되게 보인 기조다. 그는 지난달 10일 당대표 출마 선언식에서 "주식시장이 어려운데 금투세를 예정대로 하는 게 정말 맞느냐"고 했다. 종부세를 두고선 "신성불가침 의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그간 보수진영의 세제 완화론을 '부자 감세'라며 비판했던 만큼, 이 대표의 발언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특히 전날 기자회견에선 '상속세 개편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골자는 ▲최고세율은 현행(50%)대로 유지하되 ▲28년째 그대로인 일괄공제 또는 배우자공제(5억원)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아파트 한 채 물려받는 중산층이 세 부담 때문에 강제로 집을 팔거나 쫓겨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상속세 관련 구체적인 내용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내에선 일괄공제액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는 법안도 이미 마련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최고세율 인하(50%→30%)나 최대주주 할증 과세 폐지는 '초부자 감세'에 해당하지만, 일괄공제액을 조정하면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원내부대표단 핵심관계자는 조선비즈에 "법안 자체는 이미 준비가 끝났다"며 조만간 의원총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내부 이견은 여전하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 등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전당대회에서 '절대적 지지'를 확인한 만큼,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도 명분을 얻게 됐다. 이른바 '종부세 벨트'로 불리는 수도권 지역구 현역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소속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 관계자는 "정책 정당, 외연 확대가 이 대표 최대 관심사"라며 "85.4% 득표율이 곧 추진 동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