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여름 휴가가 9일 끝난다. 주말을 거쳐 오는 12일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는 윤 대통령 앞에 현안이 산적해 있다. 내주 ‘방송 4법’ 등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6개 법안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고,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도 확정해야 한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한 입장 정리는 물론, 이달 말 노동·교육·연금·의료 등 4대 개혁 관련 국정 브리핑도 준비해야 한다.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경남 진해기지사령부 체육관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지방에서 보낸 휴가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업무에 복귀한다.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인 5일 경남 통영중앙시장을 방문했고, 6~7일에는 진해해군기지에서 군 간부 및 장병들과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업무에 복귀한 윤 대통령은 먼저 정부가 이미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초 여름휴가지에서 윤 대통령이 전자결재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거부권 행사 시한이 오는 14일로 여유가 있는 데다 거부권 정국에 대한 국민 피로감을 반영해 복귀 이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전국민25만원법(민생회복지원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은 오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통령실은 방송4법을 먼저 처리할지, 아니면 다른 법안들과 함께 처리할지를 고심 중이다.

특히 민주당이 재발의한 ‘해병대원 특검법’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도 관건이다. 대통령실은 앞서 수차례 밝힌대로 수사결과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야가 영수회담과 여야정 협의체를 띄운 상황이라 거부권을 밀어붙이기에 더 부담스러운 상항이 됐다.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제안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잇단 만남을 가지면서 갈등이 수그러든 상태지만, 해병대원 특검법을 두고 언제든 또 다시 부딪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명단도 윤 대통령 결정에 따라 이번 국무회의에서 확정된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이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친문세력을 뭉치게 하는 등 야권의 권력 지형 변화를 부를 수 있다. 이른바 이재명 일극 체제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민생법안을 놓고 ‘정쟁 중단’ 분위기를 조성하는 국회의 움직임도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 이 전 대표가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윤 대통령을 꼽으면서 사실상 두번째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당 대표 경선이 끝나고 나서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을 냈는데, 국회가 여야정 협의체를 들고 나오면서 무조건 거절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 정국 계속,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등으로 역대 정권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도 놓쳐서는 안 된다.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으로 지난 5일 증시 폭락을 겪었고 내수 침체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2분기 한국경제는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서울 집값은 19주 연속 오르면서 그 여파가 수도권으로 번지는 등 집값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나라 안팎의 경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닥쳐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금융당국과 묘책을 고민해야 한다. 지난 8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특례법 제정 등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협조도 이끌어 내야 한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4대 개혁과 관련해 이달 말쯤 국민 브리핑을 열 준비를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를 직접 발표한 바 있다. 두 번째 국정 브리핑에서는 저출산 문제와 함께 고민해야 할 연금개혁, 지속되고 있는 의정 갈등 관련해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