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5일 검찰이 최근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재명 전 대표 등 야당 정치인과 다수의 언론인을 상대로 ‘가입자 조회’ 등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에 대해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자도 혀 내두를 포악한 정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해명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고, “정치적인 멘트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추악한 독재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검찰은 다수의 정치인과 기자들의 통신 이용자(가입자) 정보를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받았다고 당사자들에게 통지했다. 여기에는 이재명 전 대표와 추미애 민주당 의원 등도 포함됐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을 입틀막하고 방송장악 쿠데타로도 부족해 이젠 대놓고 정치적 사찰을 자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과 야당 탄압에 눈이 멀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가”라며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암살 미수 테러로 사경을 헤매던 시기에 통신 사찰을 감행했다. 박정희, 전두환 같은 독재자도 혀를 내두를 포악한 정권”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 자료 조회에 대해 ‘불법 사찰이다. 게슈타포나 할 짓’이라고 말한 당사자”라며 “그 말대로라면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게슈타포가 판치는 나치 정권”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총선 직전에 야당과 언론을 상대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사찰이 자행됐던 배경이 뭔지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또 “영부인 앞에서는 비굴한 콜검을 자행하면서 야당과 언론을 상대로 비열한 사찰을 벌인 검찰도 구제 불능 집단임이 거듭 확인됐다”며 “강력한 검찰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에서 “정당한 언론 보도에 대해 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혐의를 붙여 수사한 것부터가 무리수”라며 “대통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독재자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고 했다.
전은수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의 과거 대선 후보 시절 발언을 거론하며 “당시 70명 통신 조회를 한 공수처에 대해 ‘존폐를 검토하자’고 했는데, 3000명 통신을 조회한 검찰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이것이야말로 2년 전 윤 대통령이 강하게 말씀하신 언론 사찰이고 정치 사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보좌진의 의정 활동 보좌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과거 군사 정권의 공안 통치를 떠올리게 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는 않았다. 다만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자꾸 정치적인 멘트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검찰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 중일 것이고 검찰로부터 답을 듣는 게 맞다”고 했다.
김웅 국민의힘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부와 국민의힘 의원 89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을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이재명 전 대표는 당시 이에 대해 “수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가치 자료라서 공수처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걸 누구라도 사찰이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이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를 옹호했던 것을 언급하며 “내로남불 종목의 국가대표”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이제 와서 이재명 통신자료 조회했다고 정치검찰 운운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남을 비난하기 전에 우선 과거 자신들의 말을 찾아보는 습관을 가져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소속 의원·보좌진 등을 대상으로 통신자료 조회 여부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고 당 법률위원회 차원에서 현행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또 오는 14일로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도 통신 자료 조회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통신 조회가 이뤄진 올해 1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장 검사는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다. 민주당은 앞서 강 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전날(4일) 민주당 측 입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피의자 및 핵심 참고인들의 통화내역에 대한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면서 “통신영장 집행을 통해 통신사로부터 확보한 통화내역 원본에는 위 피의자 내지 핵심 참고인들과 통화를 주고받은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기재돼 있다. 수사팀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위 통화 내역에 피의자‧참고인들과 통화한 것으로 돼 있는 전화번호들의 ‘가입자’가 누구인지를 조회했다”고 설명했다. 통화 상대방의 가입자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조회 대상자들의 통화 기록을 살펴본 건 아니라는 취지다. 이어 “위와 같은 가입자 확인 절차는 통신 수사를 병행하는 수사 절차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