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추진 중인 ‘방송4법’ 중 하나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날(25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통위 설치법을 직권으로 상정하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에 나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방통위 설치법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재석 183인 중 찬성 183인으로 가결됐다. 앞서 전날(25일) 우 의장은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약 24시간이 지난 후인 이날 오후 5시 40분쯤 우 의장은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의 건’을 표결에 부쳤고 186명의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종료시켰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방통위 설치법은 방통위 회의를 4인 이상의 위원의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도록 의사정족수를 신설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의결정족수를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21대 국회 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됐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방통위 설치법을 추가해 ‘방송4법’으로 추진 중이다. 방송3법은 현행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관련 직능단체 등에 부여하는 걸 골자로 한다.
우 의장은 앞서 시민사회와 언론 종사자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협의체’를 구성해 약 두 달 동안 공영방송 관련 제도를 논의하자는 ‘방송4법’ 중재안을 여야에 던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중재안을 거절하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해당 법안을 직권으로 본회의에 올렸다.
앞서 전날(25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방통위 설치법 상정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하지만 국회법상 필리버스터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으로 종료된다. 민주당 등 범야권이 현재 192석을 차지하고 있어 24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토론을 종결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은 법안별로 총 4차례 필리버스터에 나서고, 민주당은 이에 대응해 법안을 하나씩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최소 4박5일 이상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