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5일 당선 후 첫 공식 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시급한 민생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현하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중도층 공략 용도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금투세 유예 등을 검토하는 가운데, 야당에 앞서 ‘세제 개편’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호 원내대표, 장동혁 최고위원 등과 파리올림픽 응원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를 보니 극단으로 나뉜 진영에서도 금투세를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 데에 찬성하는 여론이 34.6%, 반대는 43.2%”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출마할 때 말씀드린 풀뿌리 정치 시스템의 재건, 여의도 연구원 강화 등 정치개혁을 실천하는 것이 결국 국민의힘이 (지지층을) 중도와 수도권, 청년으로 확장해나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李 “5년간 5억원 금투 소득은 면제”

한 대표의 ‘금투세 폐지’ 발언은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이 후보는 전날 KBS가 주관한 민주당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5년간 5억 원 정도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금투세)을 면제해주자”고 했다. 앞서 당대표 출마 선언 당시 “금투세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다”라고 한 데 이어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한 것이다.

특히 ‘부자감세’라는 당내 비판에 대해선 “조세는 국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이지 개인에게 징벌을 가하는 수단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주식시장의 불공정성, 소위 주가조작 문제나 한반도 위기 등으로 인한 손실을 투자자들이 다 안고 있다”며 “상당 기간은 (금투세 도입을) 미루는 것을 포함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종부세와 금투세, 상속세 등은 진보 진영이 전통적으로 수호했던 제도다. 그러나 ‘한강벨트’(한강 인접 지역구) 등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 등 ‘조세 형평성’을 내세워 반대하는 쪽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권 주자인 이 후보가 기존 당 입장과는 달리 금투세 유예로 방향을 전면 선회한 것이다.

22대 국회는 범야권이 192석을 점하고 있다. 집권당이 입법 주도권을 발휘하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려는 세제 개편의 경우, 국민의힘이 정부와 야당 사이에서 절충안을 도출할 수도 있다. 여당 입장에선 쟁점 법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책 주도권을 쥐기 쉽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금투세 유예나 종부세 완화를 하려면 내부 이견부터 정리하는 게 우선일 것”이라며 “한 대표가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