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책 모임인 더좋은미래(이하 더미래)가 25일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오랜 논의를 거쳐 법제화했고 이미 2년 유예한 만큼, 계획대로 내년부터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권 주자인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금투세 5년간 5억원 면제’ 등 감세 카드를 꺼낸 가운데, 정책 기조 전환을 둘러싼 당 내부의 세 싸움도 거세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5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창당 선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현역의원 50여명이 모인 더미래는 이날 오후 공동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 비해 자산소득이 대한 과세가 미약하다. 이런 조건에서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정의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을 앞서는 만큼,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미래는 “그동안 민주당은 일관되게 부자감세에 반대하고 재정을 활용한 민생지원을 강조해왔다”며 “과세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한 금투세의 시행 유예는 곧 자본시장 초고소득자에 대한 사실상의 부자감세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더 이상의 유예에 반대하며, 과거 여야 합의와 현행법이 예정한 대로 금투세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금투세가 고액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및 주가 폭락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에 대해선 “근거가 부족하고 과도하다”며 “이미 2020년 입법 당시에도 시장 영향 등에 충분히 검토했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여야가 합의로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또 “손쉬운 세수 확보 수단으로 도입된 증권거래세는 금투세 시행에 따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李 “5년간 5억 면제” 韓 “신속 폐지해야”

더미래 입장 발표는 여야의 ‘감세 전쟁’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시급한 민생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현하자”고 했다. 지난 23일 당대표로 선출된 후 첫 번째 당 공식 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꺼낸 것이다.

전날에는 이 후보가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5년간 5억원 정도 버는 것에 대해선 세금을 면제해주자”고 했다. 앞서 당대표 출마 선언 때 “(종합부동산세·금투세는) 신성불가침이 아니다”라고 한 데서 더 나아간 내용이다. 그는 “조세는 국가재원 마련 수단이지, 개인에게 징벌을 가하는 수단은 아니다”라며 “시장의 불공정성, 주가조작과 한반도 위기 등으로 인한 손실을 투자자들이 다 안고 있다. 상당 기간 금투세 도입을 미루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월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금투세 관련 다수 의원이 입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와 수도권 일부 의원이 종부세 및 상속세 완화·금투세 유예 등을 요구한 뒤, 당 정책위원회가 “공식 논의한 바 없다”며 선을 그은 정도였다. 그러나 여야 대권 주자들이 잇따라 감세를 예고하자, 제1야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반대 의견이 커지고 있다. 더미래 소속 한 의원은 “조세정의 실현은 민주당의 기본 정신”이라며 “또 유예하면 다음 번엔 대선이다. 사실상 폐기 수순이고, 원칙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했다.

◇野 당권주자 ‘금투세·종부세’ 설전

감세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핵심 이슈로 꼽힌다. 김두관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전체 주식 투자자 1450만명 중 금투세 대상자는 1%인 15만 명에게 부과하는 것”이라며 “금융투자로 연 50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정부에선 금투세 시행 유예를 주장할 수 있지만,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민주당에서 그렇게 하자는 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가 ‘종부세 완화 검토’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종부세는 공시지가 12억 이상 주택 보유자에 부과한다. 대한민국 전체의 2.7%밖에 안 된다”며 “윤석열 정권이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종부세까지 대폭 줄여줘 작년에 59조 세수 펑크, 올해 90조 정도 펑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가 보호하려는 사람은 용산이나 여당이 이미 보호하고 있는데, 굳이 민주당 당대표 하시겠다는 분이 왜 그렇게 하시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