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국면에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등장했다. 한동훈 후보가 법무부장관으로 재직 당시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 관련 공소 취하 부탁을 거절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경쟁 후보들은 한 후보가 여당 의원의 부탁을 수락하지 않았다며 ‘배신자’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정치적 편향성이 강했던 추 전 장관처럼 한 후보도 ‘친(親)정권 장관’으로 활약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후보. /연합뉴스

원희룡 캠프 이준우 대변인은 19일 SBS 라디오에서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법무장관이 공소를 취소했어야 한다”며 “추미애 의원의 장관 시절 법무행정 능력은 한 후보와 크게 비교가 된다. 한 후보는 굉장히 나태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추 전 장관은 (비협조적인) 검사 징계와 좌천, 심지어 결재 지연까지 하며 문재인 정권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며 “그 여파로 이재명·조국 대표가 국회의원까지 됐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그런데 한동훈 후보는 왜 법무장관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만 하느냐”며 “추 전 장관처럼 충분히 정무적으로 활동했어야 한다. 그게 집권 여당의 장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추미애 당시 장관이 문재인 정권을 위해서 했던 행동들처럼 한 후보도 국민의힘을 위해 앞장서서 권력을 행사했어야 한다는 취지인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원 후보는 같은 날 당대표 후보 6차 방송토론회에서 “대변인이 말한 것이고 소상한 논의를 같이한 것이 아니라 잘 모른다”면서도 “(대변인 발언과) 똑같이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추미애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방해했다”며 “결국 문재인 정부가 무너지는 결과를 낳긴 했지만, 패스트트랙 때 동지들이 희생당한 것에 대해 공소 취소를 못한다는 건 장관의 지휘 권한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6월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 개발 추진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지난 2020년 추 전 장관이 사법 시스템을 불법 장악했다며 당론으로 탄핵소추안을 제출했었다. 탄핵안에는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책임자급 검사를 검찰총장(당시 윤석열) 의견도 듣지 않고 인사 이동시켰다” “정부·여당 관련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보복성 인사를 취임 직후 단행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영장기각, 한동훈 법무장관 탓”

‘이재명 구속’에 법무장관이 더 힘을 썼어야 한다는 책임론도 제기됐다. 한 후보가 법무장관으로서 전략이 부족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전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결과 기각됐다. 나경원 후보는 이를 두고 “장관으로서 전략이 없었던 것”이라며 “영장을 발부할 자신이 없었으면 불구속 기소를 했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한 후보는 “영장은 사법부의 판단”이라며 “장관으로서 당연히 영장이 나와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기에 동의안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또 “소명된 내용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이 기각된 것이지, 장관이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 후보가 “법무장관으로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며 재차 책임을 거론하자, 한 후보가 나 후보의 ‘공소 취소 청탁’ 사실을 돌연 언급하며 논란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