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소셜미디어(SNS) 중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가운데, 알고리즘을 활용해 아동‧청소년에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한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전세계 주요국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대형 정보기술(IT) 업체의 콘텐츠 무제한 추천을 금지하거나 강력 규제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이러한 내용의 ‘청소년 필터버블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알고리즘으로 이용자에게 지속 제공하는 정보를 ‘중독성 콘텐츠’로 규정하고 ▲알고리즘 기반 SNS 서비스 제공자가 미성년자 가입 여부 및 법정대리인의 동의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토록 했다.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알고리즘 추천 게시물이 아닌 시간순으로 콘텐츠를 노출시키고 ▲야간시간 등 특정시간에는 알고리즘 게시물의 알림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와 한국지능성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 실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청소년(만 10세~19세)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간 청소년의 스마트폰 의존율은 32.7% 증가했다.

빅테크의 알고리즘 구조는 이용자가 관심을 보인 콘텐츠를 파악해 유사 콘텐츠를 계속 추천한다. 전문가들은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특정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충동이나 감정 조절에 미숙해 극단적 콘텐츠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 뉴욕주 의회의 경우,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41개 주 정부가 소셜미디어 업체를 상대로 청소년 SNS 중독의 책임을 묻는 소송에 돌입하기도 했다. 의회에선 술과 담배처럼 SNS에도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도 13세 이하 아동의 스마트폰 보유 및 3세 이하 영상시청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제화를 검토 중이다.

우리 정부도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내 청소년의 SNS 중독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국내 여건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자극적·편향적인 추천서비스를 제공해 SNS 중독이라는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청소년이 개인 선호에 맞는 콘텐츠에만 노출될 경우, 자신의 관점과 다른 정보와는 분리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청소년 미디어 중독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경각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