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간 열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대통령실의 이 후보자 지명이 '언론장악 시도'라며 당일 청문회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전례가 없다"며 반대했지만, 다수 의석을 점한 민주당 소속 최민희 위원장이 '이틀 청문회'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계획안 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과방위는 이날 이러한 내용의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표결에 부쳐 과반(13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과방위 재적 20명 가운데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단독 표결로 통과시킬 수 있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이해민 의원)·개혁신당(이준석 의원)까지 포함하면 범야권 13표가 된다.

통상 장관급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하루만 실시한다. 국무총리나 대법원장 후보자가 아닌 장관급을 상대로 한 청문회를 이틀 간 나눠서 여는 건 이례적이다. 다만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이 굉장히 중요한 자리인데 청문회가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식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며 "야당 간사가 제안한 이틀 안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안건으로 올렸다"고 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국무위원, 정부위원의 인사청문회를 이틀 간 실시한 전례가 없다"며 "국회 인사청문회는 정부 인사권에 대해 일정한 시간 내에 검증 절차를 거쳐 정부에 이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기능이 있다. 이틀 동안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앞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총리, 대법원장 외에 이틀간 청문회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여야는 인사청문회에 출석할 증인과 참고인 명단을 놓고도 대립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제출한 증인·참고인 명단에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과 김행 전 여가부장관 후보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정치권 인사 외에 영화감독 봉준호·박찬욱 씨, 배우 정우성·문소리 씨, 방송인 소유진·김제동 씨 등도 포함됐다. 이 후보자가 이들을 '좌파' 또는 '우파'로 분류하는 등 문화예술계를 이분화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사자들을 불러 이를 따져 묻자는 것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가 8일 오전 경기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뉴스1

한편 이 후보자는 지난 2014년 MBC 사장직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노조 탄압 계획서'를 제출했다는 보도에 대해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기"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MBC가 최고의 콘텐츠 미디어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을 경영계획서에 담아 제출한 바 있다"면서 "경영계획서 일부에 제시된 노사관계 관련 사항은 노무 전문가 영입 등 원칙 있는 노사관계 재정립을 통해 MBC 경영을 안정화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