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부의 피해주택 매입·경매 차익 지급’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한다. 현행법상 피해자 구제책이 미흡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은 기금 고갈 위험이 있다고 보고, 대안으로 낸 법안이다. 다만 여당도 정부의 추가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여야가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이런 내용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당론으로 확정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경매로 낙찰 받아 공공임대로 공급하되, 해당 주택의 전세사기 피해자에 우선 임대로 공급하고 10년 간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통상적인 매입가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경매차익은 피해자에게 지급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손해를 최대한 보전하려는 목적이다. 만약 경매차액이 ‘(거주 가능 기간인) 10년 간 임대료’보다 적으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가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 외 종전에 구제를 받지 못했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등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토위 소속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법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세사기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법적 책임을 다투는 사적 영역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공적 영역”이라며 “LH와 신탁사까지 피해자 주택 매입에 최대한 책임을 다하고 법적으로 처벌과 강제 규정까지 명시하는 법안의 취지를 적극 살려 전세사기 피해자의 눈물이 거둬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先구제’ 이견 속… “추가 재정 지원은 평가할 만”
여당의 당론 발의는 민주당이 전세사기 특별법 등 7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확정하고, 7월 임시국회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은 ▲정부가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입해 보상금을 지급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자금을 회수하는 내용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법 개정을 하진 못했다. 민주당이 이번에 추진하는 법안은 기존 ‘선구제 후회수’에 더해 ▲이중계약 및 깡통전세 피해자로 보상 대상을 확대하고 ▲피해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또는 중지, 우선매수권 실효성 강화하며 ▲피해자 요건을 ‘다수’에서 ‘2인 이상’으로 명시했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 명의로 대표발의했다.
정부가 야당안을 반대하는 건 ‘재정’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금 능력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국토부 추산 전세사기 피해자 선구제 비용은 약 5조원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1만8125명이며, 피해 1건당 평균 보증금은 1억4000만원이었다. 정부는 피해자 수가 내년 5월까지 3만6000명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영진 의원은 조선비즈에 “민주당 안은 보증채권을 평가해서 미리 보상금을 주자는 것인데, 국민 세금을 그렇게 쓰면 안 된다”며 “예산운용에도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왜 전세사기 피해만 지원하나. 보이스피싱 피해 등은 어떻게 하느냐’라는 식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선구제 후환수는 보증채권 평가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환수가 안되면 도시주택보증기금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추가 재정 지원’ 조항이 명시된 것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뜻을 최대한 수용했고, 그런 점에서 여야가 협의할 명분도 충분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선구제 후회수’ 자체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정부가 추가로 재정을 쓰는 방안에는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을 발의한 국토위 소속 염 의원도 “여당이 추가 재원을 지원하자는 자세를 보였는데, 그런 태도라면 충분히 이견을 좁혀가며 피해자를 도울 수 있을 거라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