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순방을 마치고 12일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 행보를 강화하고 개각과 같은 국내 현안을 해결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실이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해 ‘탄핵 정국’으로 몰아가려는 거대 여당의 공세가 고조되는 등 여건이 녹록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지난 8일부터 2박 5일 동안 미국을 방문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북한이 핵 공격시 즉각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관련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해외 순방에 대한 국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는 러-북 관계를 감안하면 안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생과 정치상황을 감안하면 ‘꼭 나갔어야 했나’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경색된 여야 관계의 중심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슈가 있고, 여당 내부마저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여사 문자’로 내부 분열로 몸살을 앓으면서 책임론이 불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을 포함한 거대 야당은 오는 19일 해병대원 순직 1주기를 앞두고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순방 중이던 지난 9일 야당이 주도한 해병대원 특검법에 “이제는 철회할 때가 됐다”며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바 있다.

또 노란봉투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등 기존에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야 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거부권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탄핵 정국’도 임기가 3년 남은 윤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단독으로 의결하고 김 여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탄핵 입법화’ 작업에 돌입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경찰 수사 결과가 이미 나왔는데도, 야당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공범인 이 모 씨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임성근 구명 로비설’도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와 전혀 관계 없는 일”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민주당은 해당 녹취록을 윤 대통령의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을 밝힐 ‘스모킹 건’으로 보고 있다.

민생 현안과 관련해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지원 대책이 잘 가동되고 있는지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일한 ‘장수 장관’들을 교체하는 등 개각을 통한 국정 쇄신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 소속 비서관급 참모진을 각 부처 차관으로 임명하고, 저출생 문제를 전담할 저출생수석 인선에 대해서도 후보군을 놓고 검토 중이다.

이달 말에는 고위당정협의도 개최된다. 당정은 이번 협의에서 임대차 2법 폐지를 위한 입법 활동 및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한 뒤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유예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