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직 사퇴에 대해 “지금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친명 당원의 등쌀에 못 이겨 쫓겨날 것”이라고 했다. 곽 의원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검사 탄핵소추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부 표결 당시 ‘근거 부족’을 들어 기권했다가 강성 친명계의 공격을 받고 원내부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곽 의원이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탄핵소추안 법사위 회부안건 중 1명에 대해 기권표를 던진 뒤 당직을 그만둔 데 대해 “곽 의원이 박상용 검사 탄핵안의 법사위 회부에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권하자 친명 당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비난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체제’도 겨냥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연임 도전 회견을 언급하며 “민주당 전당대회는 사실상 이 전 대표 재추대를 위한 대관식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출마 회견에서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을 제시한 데 대해선 “국민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진심이라면 정쟁적 입법 폭주, 검사 탄핵, 대통령 탄핵 시도부터 중단하고, 여당과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 경쟁에 나서라”고 했다.
당 원내대표단에 따르면, 곽 의원은 전날 지도부에 “표결 과정에서 본의와 다르게 물의를 빚어 송구하다”며 원내부대표단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지도부가 당론의 엄중함과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주지시켰다”며 “당론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 스스로 원내부대표단에서 사퇴한 걸 참작해 주의 조치했다”고 했다. 곽 의원이 검사 4명 탄핵 추진에 대한 ‘만장일치 당론’을 어겼다는 것이다.
◇공수처법·체포안 소신파에 ‘보복’
민주당에서 소신 투표로 불이익을 당한 건 처음이 아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2019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표결에서 기권표를 행사했다가 ‘당론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 그는 “당론이 헌법과 국회법 위에 있나”라고 반발했었다.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역시 자율투표였으나, 가결표를 행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에 대한 색출 시도가 공공연하게 있었다. 친명계는 “사실상 당론”이라며 낙인찍기에 동조했다. ‘배신자’로 거론된 비주류 인사들 대부분이 6개월 뒤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