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3일 야당의 ‘채상병특검법’ 본회의 단독 상정에 항의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직후부터 자리에서 졸거나 본회의장을 뜨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39분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올랐다. 유 의원은 “순직 해병 특검법이 가지고 있는 위헌성과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올랐다”며 4시간 18분 동안 단상에서 토론을 이어갔다.
유 의원은 “민주당이 셀프 추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 외압·방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정치적 선동을 위해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이라며 “기초 조사부터 현재 수사 단계까지 외압이나 방해라고 볼 만한 실력행사는 전혀 없다”고 했다.
발언 중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자, 유 의원은 “서영교 의원이 부끄러워하라”며 “공부 좀 하라 공부 좀”이라고 받아쳤다.
유 의원의 반대토론이 4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착석한 채로 조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어 야당 첫 주자로 단상에 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56분간 특검법안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은) 공수처 수사 중에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는 것 자체가 정쟁에 목적이 있다고 하는데, 공수처는 작은기관이기 때문에 수사 의지가 있어도 수사 자체가 원활하지는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가 직접 인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필리버스터를 준비하며 650여명의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며 약 20분에 걸쳐 메시지를 낭독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었다.
국민의힘 두번째 주자로는 대통령실 출신의 초선 주진우 의원이 나섰다. 주 의원은 자신이 “곧 자녀를 군에 보내야할 부모”라며 “박정훈 수사단장의 수사, 조치에 문제 없었는지 군에 자녀를 보낼 부모 입장에서 따져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군은 폐쇄적 조직이라서 인권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수사 과정에서 적법절차가 보장되는 게 검찰, 경찰에 비해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야당이 만들어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이 토론 중에 ‘대장동 비리 수사’와 민주당 인사들의 ‘입건 조사’를 가정해 언급하자 민주당 측에서는 즉각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연단 앞으로 나와 항의하며 주호영 국회부의장과도 언성을 높였다.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당권주자 나경원 의원, 송석준 의원, 곽규택 의원 등이 반대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찬성토론에는 민주당 박 의원 이후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민주당 서영교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이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와 함께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밤샘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