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F1(포뮬러원) 경기 ‘피트 스탑(Pit Stop)’을 왜 보여줬냐면요. ‘빨리 해야 된다’는 겁니다. 늦으면 소용 없다, 이 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F1 경기 도중 피트스탑 장면을 찍은 사진을 손에 들어 보이며 이같이 강조했다. 피트스탑은 모터스포츠에서 차량이 재급유, 타이어 교체 및 차량 수리 등 기계적 결함을 점검하기 위해 정지하는 것을 뜻한다. 스피드 경쟁에서 팀워크를 불어넣어 주고 전략을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윤 대통령은 “합리적인 정책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책은 만들어 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집행이 잘 돼야 한다”며 “(이를테면) 좋은 복지 제도라 해도 전달 체계가 제대로 안 돼 있으니까 국민들은 제도가 있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예산이 딱 나왔으니 지방정부에 그냥 내려보낸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피트스탑처럼) 수시로 점검하지 않으면 현장의 체감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집행의 전달체계를 계속 점검하고 잘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현장에서 ‘좀 괜찮네’라고 느낄 수 있다. 회의를 정말 많이 해서 합리적 정책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현장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가동하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약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25조원 규모의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는 “국가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으로, 이것은 국가의 본질”이라며 “현재 부국강병이라고 해도 곧 소멸된다고 하면 더 이상 국가가 아니다. 헌법에도 대통령 책무로 정해진 것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책임지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경제성장과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돌봐야 (이것이) 지속가능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에도 이야기했지만 불합리한 규제도 없애야 한다”면서 “(코로나때) 헬스클럽을 밤 9시 전에 문 닫게 했는데 그 시간은 퇴근하고 (고객이) 집중적으로 몰릴 때다. 오히려 24시간 영업하는 것이 코로나 방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나. 한 마디로 (정책의) 디테일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상태에서 대출을 해줬으니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페라리팀 '피트스톱' 장면. 피트에 들어온 경주차에 피트 요원들이 달라붙어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조선DB

특히 윤 대통령은 방만한 국가 재정 운영이 불러올 위험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장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대차대조표에 대변 차변이 일치되는 거라 문제없단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럴 것 같으면 왜 25만원씩 주냐, 국민 1인당 10억씩, 100억씩 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부채라는 걸 정말 개념 없이 방만하게 말한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뻔한 것 아니냐. 물가가 상상 초월하게 오르는 것 뿐만 아니라 대외신용도가 추락해서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밖에서 활동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무슨 자원 가지고 자급자족하는 나라도 아니고 오로지 사람 밖에 없다”며 “우리가 돈을 그냥 나눠주는게 아니라 아주 합리적으로 필요한 것을 맞춤형 지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