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국가적 위기 수준’에 다다른 저출생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현행 현금성 지원 금액과 범위를 늘리거나, 펀드를 통해 성년이 된 자녀에 목돈을 마련해주는 식이다. 그러나 법안을 심사해야 할 국회 상임위원회는 공전 중이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핵심 상임위를 독점하고, 국민의힘은 상임위를 전면 거부해서다. 개원한 지 약 3주가 지났지만, 야당 주도의 반쪽 회의만 열리고 있다.
18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저출생 대응을 위한 ‘민생3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정 육아휴직 기간을 1년에서 1년2개월로 늘리고,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기간도 기존 10일에서 30일로 늘리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 때 ‘민생공감 531법안’으로 공약한 내용들이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제도’의 혜택 범위를 기존 둘째 자녀에서 첫째 자녀로 확대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냈다. 현재는 두 자녀 이상의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해 최대 50개월의 연금 가입 기간 추가 산입을 인정해준다. 이런 혜택을 한 자녀인 경우에도 부여하고, 추가 산입 한도도 폐지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기준 출산율이 0.72로 1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민주당은 단독 구성한 상임위를 앞세워 입법을 추진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출생 기본소득 3법’(아동수당법·아동복지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8세 미만에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현행 아동수당 범위와 금액을 각각 18세 미만, 월 20만원으로 확대했다. 출생 후 성인이 될 때까지 국가가 자녀 명의의 펀드에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보호자도 월 10만원을 함께 납입하는 ‘자립 펀드법도 내놨다. 18세가 될 때까진 꺼내 쓸 수 없고, 이후 학자금이나 창업자금 등 목돈이 필요할 때 쓰게 한다. 이재명 대표가 총선 때 공약한 ‘기본사회 5대 정책’의 일부다.
22대 국회에서 저출생 법안은 이미 20여건이 발의됐다. 이 문제를 국가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데는 정파를 떠나 공감한다는 뜻이다. 다만 법안을 논의해야 할 상임위는 가동 불가 상태다. 여야가 원(院) 구성 합의를 못 하고, 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상임위를 강행해서다.
민주당은 이달 초 법사위·운영위·과방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당의 반대에도 본회의 개회 및 표결을 허가해줬다. 관례상 의장은 원내 1당, 법사위원장은 2당,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갖는다. 그러나 민주당은 해당 상임위를 전부 가져갔고,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또 “단독 원구성은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