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오는 20일 상속세·증여세 개편을 주제로 토론회 형식의 당·정협의를 한다.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상속세 개편을 예고하고, 더불어민주당도 ‘중산층 부담 완화’를 위한 감세를 고심하는 상황에서다. 특히 민주당 강세인 수도권 지역구에서 이런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야 모두 차기 지방선거,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가 절실해서다. 다만 정책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 단일안을 내기까진 진통이 예상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 결과 합의 불발을 알리기 위해 취재진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추 원내대표, 박 원내대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뉴스1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위원장 송언석)는 지난 12일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종부세·자산세·재정준칙·저출생 재정 지원 등을 주제로 릴레이 토론을 하고 있다. 오는 20일에도 정점식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부 차관 등이 참석한다. 여당과 정부의 정책 담당자가 모이는 만큼 사실상 당정협의다.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원장을 독식하자, 국민의힘은 상임위에 불참하고 특위를 구성해 입법을 논의하고 있다.

세제개편특위 핵심 관계자는 17일 통화에서 “고위급에서 ‘30%’라는 구체적 수치가 나온 것 자체로 상당히 의미가 크다. 우리도 놀랐다”며 “당과 수치를 협의한 건 아니지만, 이번 당정협의에서 30%를 기반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전날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종부세를 사실상 전면 폐지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3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정부 고위 인사가 세율 인하 폭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종부세 전면 폐지보단 다주택자 중과세·1주택자 부담을 낮추는 데 무게를 둔다. 서울의 초고가 1주택 소유자는 세금을 면제받고, 지방의 저가 다주택자는 피해를 본다는 우려 때문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최근 당 워크숍에서 “종부세 폐지는 재산세와 함께 다뤄야한다”고 했다. 비공개 토론에선 종부세와 보유세 인상, 취득세·양도세 인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원내지도부는 ‘대주주 할증 과세 폐지’도 핵심 법안으로 선정해 추진키로 했다.

◇주도권 빼앗길라… 협조도 반대도 못하는 野

민주당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우선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이 크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 징벌적 부유세 개념으로 도입됐다. 진보 진영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최근 민주당 박찬대(인천 연수갑) 원내대표, 박성준(중·성동을)·고민정(광진을) 의원 등이 ‘종부세 완화’를 꺼낸 건 지역구 표심과 무관치 않다. 정파를 떠나 세금 이슈에 민감한 지역들이다.

다만 대통령실이 수치를 제시하자,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정부가 7월 세제 개편을 기회로 공세적인 부자감세를, 국민의힘 지지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패키지로 내놓고 있다”며 “일종의 정치적 공세다. 지금은 세수 확충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할 때”라고 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이자 공식 회의 때 ‘상속세법 개정 검토’를 언급했던 임광현 의원도 돌연 입장문을 내고 “세수 결손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