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감세 전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정부 때 도입했던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언급하는가 하면, 상속세 완화도 검토키로 했다. 중산층 표심에 차기 대선이 달린 만큼, 진보 진영의 철옹성이었던 ‘부유세’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종부세는 물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기업 상속세 등 상속세 전반을 개편하자고 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시대 변화와 세계적 흐름에 맞춰 상속세 체계 전반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진정 민생을 위하고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면 상속세를 미세 조정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 내 종부세 관련 이견이 불거진 것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상속세 논의가 종부세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상속세 개편 만큼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달라”고 했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거론했으나, 같은 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공식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반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다만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이례적으로 감세를 꺼낸 것 만으로도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여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은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가 지난 4일 당 회의에서 “집값이 올라 상속세 대상이 된 중산층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미세 조정하자”고 밝힌 지 사흘 만에 나왔다. 같은 당 진 정책위의장도 “합리적이고 필요한 개정이라면 열어놓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종부세 완화 외에도 ▲유산세→유산취득세 변경 ▲대주주 할증 과세 폐지 ▲상속세율 인하 등 상속세 부담을 전방위적으로 완화하는 법 개정을 22대 국회에서 추진할 방침이다. 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상향을 ‘1호 법안’으로 선정해 발의하기로 했다.

지난달 22일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단지 전경. /뉴스1

이런 가운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왔다. 금리 인상과 공사비 폭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자,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이 재건축·재개발 추진을 방해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1호 법안으로 재초환 폐지 법안을 발의하고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통해 제대로 된 주택공급을 이뤄내고, ‘이중과세’로 국민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이 4.10 총선에서 당선된 분당은 대표적인 1기 신도시다. 이곳엔 선도지구 기준 물량이 8000가구로 배정됐으며, 정부는 기준 물량의 50%를 더해 최대 1만2000가구 재건축을 계획 중이다. 총선 당시 여야 후보 모두 재초환 폐지를 공약했었다. 최근 민주당에서 ‘종부세 완화’를 꺼낸 박성준(중·성동을)·고민정(광진을) 의원 등도 ‘종부세 벨트’로 불리는 한강 인접 지역 현역들이다. 정당을 떠나 세금 이슈가 표심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종부세, 상속세 완화야말로 우리 당이 꾸준히 주장해오던 정책 이슈”라며 “22대 국회 ‘1호 법안’에 굳이 포함하는 것보다 오히려 민주당 내부 혼란을 통해 이슈가 커지는 게 전략적으로 나을 거란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또 “결국 중산층을 잡을 카드는 세금 이슈”라며 “민주당이 ‘정책 정당’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당정 협의 등으로 정책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게 여당의 최대 무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