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만찬장은 우리나라 문화(K-컬처)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이 움직이는 동선마다 한국의 미(美)를 살렸고,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월과 리셉션 장도 전통 문양과 색으로 꾸몄다. 만찬 공연에서는 남사당놀이 풍물과 아프리카 음악이 어우러져 ‘연대의 힘’도 보여줬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리셉션 및 만찬행사가 열린 신라호텔에는 아프리카 47개국 정상 등 대표단 70명이 참석했다. 대표단이 입장 전 머무는 대기실은 조선시대 예술작품 ‘책가도’ 병풍가 백자 회병으로 장식됐다. 책가도 병풍은 조선시대 화가 이응록이 책, 도자기, 붓, 벼루, 꽃과 과일 등이 가득 놓인 책장을 그린 그림이다.
포토월은 한옥과 어울리는 전통 단청 문양과 색으로 구성됐다. 각국 대표단과 국내 인사의 자유롭고 편안한 환담을 위한 리셉션장은 한국의 전통을 해석한 가구와 소품, 미디어아트로 조성됐다. 또 경복궁 흥복전에 전시됐던 가구, 방석, 촛대, 전등은 물론 방짜 유기 화병을 놓았다. 이 화병에는 우리 꽃과 아프리카 꽃을 함께 꼽았다.
특히 18세기 조선 왕실 행사를 소재로 삼아 영상으로 제작한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설치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서 상영 중인 초고해상도 실감 영상 작품의 일부로, 초대형 파노라마 화면이 마련됐다.
만찬장 입구까지 이어진 연결 통로인 ‘미디어월’에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실 행차 ‘환어행렬도’ 등이 상영됐다.
만찬장은 가로 약 17m, 세로 약 5m의 무대를 48개국 정상 및 관계자들이 타원형으로 둘러싼 모양으로 배치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각국 정상의 테이블이 한국과 아프리카의 역동적인 미래로 인도하는 길을 표현했다”고 했다.
만찬 공연 역시 한국과 아프리카의 동행과 문화적 자부심을 표현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명 K팝 댄스팀이 ‘꿈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부채춤을 활용한 댄스 공연을 선보였다.
이어진 1~3막 공연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의 전통문화가 첨단기술과 어우러졌다. 1막은 역동의 뿌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유명 미디어 퍼포먼스 그룹이 북춤과 타악 등 한국 전통문화를 미디어아트와 결합한 공연을 펼쳤고,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미디어아트와 함께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2막은 인류의 환희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국가무형 문화재인 한국 전통 성악곡 가곡 보유자인 김영기 명인의 공연, 그리고 춤과 노래를 결합한 20인조 퍼포먼스 합창단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주제가인 와카와카를 불렀다.
3막은 ‘연대의 힘’이라는 주제 아래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 문화가 화합했다. 국가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인 남사당놀이 풍물 및 기예와 아프리카 음악을 연주하는 타악기가 어우러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과 아프리카 대륙의 전통문화가 현대에 맞게 재해석 돼 어우러져 무한한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국과 아프리카의 조화는 만찬 메뉴에서도 드러났다.
전채부터 후식까지 모든 메뉴에 한국과 아프리카 나라들의 연대와 화합을 기원하는 고유 명칭이 붙었다. 일례로 식전 먹거리를 ‘황금의 모래밭’은 아프리카의 주식으로 잘 알려진 카사바 칩 위에 연근과 자색고구마칩, 김 부각이 넓게 깔린 모양이다. 전채는 ‘네 개의 강’이었다. 4가지 냉채와 시금치 바질 페이스트로 한국과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네 개의 강과 흐름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찰 옥수수와 호랑이콩, 밤이 재료로 쓰인 죽 ‘고원의 여명’이 제공됐다.
이후 형형색색의 나물이 올려진 비빔밥과 모시조개 두부 된장국에는 ‘숲의 합창’이라는 메뉴명이 붙었다. 후식은 ‘꿈꾸는 대륙’으로 한국 전통 모약과와 초콜릿, 유자 냉차가 어우러졌다. 특히 코스 메뉴와 관련된 3D 애니메이션 영상을 상영해 시각, 청각, 미각을 자극하면서도 공감각적 경험을 살렸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