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단 및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한다. 시·도당위원장을 뽑을 때도 대의원 표 비율을 줄이고 권리당원 표 비율은 높이기로 했다. 지난해 말 당헌·당규를 고쳐 권리당원의 당 지도부 선출 권한을 3배 강화한 지 6개월 만이다. 또 당론을 위반하면 총선 후보자 심사에서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도록 했다. 정치권에선 당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는 이들에 대해 사실상 공천 배제를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과 이재명 대표. /뉴스1

민주당 당헌당규개정TF(태스크포스) 단장인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권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규정을 개정하고, 총선 과정에서 확인된 불명료, 불합리, 비현실적인 규정들을 중심으로 정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고위는 당원권 강화를 위해 ▲전국대의원대회의 명칭을 전국당원대회로 일괄 개정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에도 대의원 권리당원 비율을 20대 1 미만 제한 규정 적용 ▲국회의장단 후보 및 원내대표 선출 선거 시 권리당원 유효 투표 결과 20% 반영 ▲중앙당 전담 부서에 주권국 설치 등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총선과 관련해서는 ▲경선 후보가 3인 이상일 경우 선호투표 또는 결선투표 실시 의무화 ▲검증위를 예비후보자 자격심사위로 위상 격상 ▲부적격 심사 기준에 당의 결정 및 당론 위반한 자에 대한 규정 구체화 ▲공천 심사 또는 경선 진행 중 허위사실 발견시 후보자 자격 박탈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에서 추미애 당선인(6선·경기 하남갑)이 낙마하자 강성 당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권리당원 탈당이 2만명을 넘는 등 반발 수위가 높아지자 민주당은 당원 권리 강화 논의에 돌입했다.

장 최고위원은 ‘국회의장단 및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원 표심을 20% 반영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의원들의 고민이 충분히 반영되면서 당원들의 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숫자”라고 답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때 대의원 표의 반영 비율은 줄이고 권리당원 권한은 높이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개정 이전까지 대의원 1표는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했는데 이를 20 대 1 미만으로 조정, 권리당원의 표 가치가 3배 이상 높아졌다. 당시 친명(親이재명)계 의원들과 강성 당원들은 권리당원 권한을 높이자고 주장했다.

대의원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당원이 적은 영남권에서 ‘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만든 제도다. 1만6000명 규모의 대의원은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상임고문,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당연직 대의원과 각 지역위원장이 뽑는 선출직 대의원으로 나뉜다. 이같은 대의원 그룹은 이재명 대표가 출마했던 지난 대선 전후로 입당한 권리당원에 비해 오래됐다.

한편 당헌·당규 개정안은 오는 30일 열리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보고된다. 의총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31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에 보고, 당무위원회에서 확정한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다. 장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특별한 내용이 없으면 빠르게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