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 시행된 종합부동산세를 폐지 또는 완화하자는 요구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친명계 박찬대 원내대표가 '실거주용 1주택 종부세 폐지'를 언급한 데 이어, 문재인정부 출신 고민정 최고위원까지 종부세 재설계론을 꺼냈다. 친문계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부자 감세"라면서도 "성역은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차기 지선·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이 간절한 지도부의 고민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27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종부세 문제를 당 차원에서 지금 논의하는 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면서도 "차제에 종부세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 지도부에 많다"고 했다. 정도의 차이일 뿐, 종부세를 완화하자는 공감대가 있다는 얘기다. 또 고 최고위원이 비공개 회의에서 '폐지가 아니라 개편하자는 뜻'이란 취지로 해명을 했다고 전했다. 고 최고위원이 최근 인터뷰에서 '총체적 재설계'를 주장했는데, 마치 폐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당내 입장은 제각각이지만. 진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CBS 라디오에서 "종부세는 대부분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내는 초부자 세금"이라며 "종부세 폐지에 반대한다"고 했다. 또 "어떤 정책이든 시대와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검토돼야 하지만 가치와 지향까지 훼손돼선 안 된다"며 "원내대표도 최고위원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논의는 불가피하다. 본질을 훼손하지 않되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마포·동작·용산 잃자… "종부세 벨트 잡아야 이긴다"
다만 종부세 카드가 중도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는 건 중론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종부세 완화를 공약했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정책 리스트'에도 종부세 완화가 올랐다고 한다.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서울 강남 3구 외 최대 격전지인 '한강벨트'(한강 인접 지역) 중 마포·동작·용산에서 패했다.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가 밀집한 곳들이다. 부동산 표심이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 원내대표가 총선 후 돌연 종부세 완화론을 꺼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대표 대권 가도와 연결돼서다. 오는 2026년은 시·도지사 등을 선출하는 지선이고, 이듬해엔 대선이 있다. 민주당은 총선 때 등 돌렸던 '종부세 벨트' 표심을 탈환해야 승산이 있다고 본다. 여당이 주장하는 전면 폐지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1주택 소유자 세부담 완화 수준에선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친명계 내부서도 적지 않다.
이재명 지도부에서 당직을 지낸 수도권 3선 의원은 "중도층 표를 못 얻으면 대선은 못 이긴다"며 "민주당이 '당원권 강화'처럼 시스템은 사당화를 향해 가면서도, 부동산 문제에선 파이를 늘려야 한다는 인식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격전지로 꼽히는 한강 벨트가 결국 '종부세 벨트'"라며 "특히 수도권 의원들 다수는 종부세 완화를 점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