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27일 회동했지만 본회의 의사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3일 남은 가운데 여야 갈등은 ‘해병대원 채상병 특검(특별검사)법’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해병대원 특검법 등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의사일정 자체에 합의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회는 총선을 치른 후에도 본회의를 열고 민생 법안들을 처리해 왔지만 여야 간 갈등이 고조된 21대 국회에서는 총선 이후 ‘이태원참사 특별법’ 단 하나만 처리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후 각자 자리에서 떠나고 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는 하루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안건을 김 의장 주재로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김 의장 주재로 약 1시간 정도 만나 이야기를 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28일) 본회의와 관련해 저는 무리한 법안 처리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내일 본회의 의사일정 자체를 합의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내일 반드시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서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 처리,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처리와 130여 건의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대한 합의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아온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을 두고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에서도 해병대원 특검법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이 4명(안철수·유의동·김웅·최재형) 나오며 긴장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병대원 특검법 반대 투표를 당론으로 정할 예정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 쟁점으로 떠오른 연금개혁을 두고도 여야는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겨 모수개혁(연금의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조정하는 것)과 구조개혁을 함께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야당이 여당이 주장해 왔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를 받은 만큼 모수개혁만큼은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한다.

민주당에서는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오는 29일에 연금개혁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라도 열자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17년 만에 찾아온 국민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 있는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며 “회의 일자를 자꾸 문제 삼는데 28일 본회의가 아니라면 오는 29일에 별도로 연금개혁 처리만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한편 27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6395개에 이른다. 21대 국회 동안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중 63%가 폐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미처리 법안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오는 30일 자동으로 폐기된다. 20대 국회에서는 총선이 끝난 뒤 본회의를 두 차례 열고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리던 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219개 민생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 바 있다. 21대 국회가 4·10 총선 이후 여야 합의로 처리한 법안은 ‘이태원참사 특별법’ 하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