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회기 막판에 극적으로 연금개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 여당이 소극적인 데다, 재정안정론을 주장하자는 일부 학자들이 다음 국회에서 새롭게 논의를 시작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원점 논의’를 다시 시작하게 될지 갈림길에 섰다.

서강대교 양보 교통표지판 뒤로 보이는 국회의사당. /뉴스1

26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여야 의원들은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뜻을 모았다. 하지만 42%인 명목 소득대체율을 어떤 수준으로 상향할지를 놓고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44%, 더불어민주당 45%를 각각 제시하며 1%포인트(p) 차이까지 좁혀진 상태다.

보험료율은 월급(기준소득월액) 중 보험료로 지불하는 비율을 뜻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가입자와 회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보험료율은 지난 1998년 9%로 오른 뒤 26년째 동결된 상태다. 그간 인상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국민과 기업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높이지 못했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이다. 명목 소득대체율이 상향 조정된다는 것은 노후에 받게 될 연금 수급액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성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1988년 제도 도입 시에는 70%로 설계됐지만, 그동안 연금개혁을 통해 차츰 낮아져 오는 2028년에 40%까지 단계적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 올해의 경우 42%다. 즉, 여야가 논의 끝에 합의점을 찾는다면 명목 소득대체율이 처음으로 올라간다는데 의미가 있다.

연금개혁 논의는 2022년 10월 출범한 국회 연금특위가 주도해왔다.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등 각 이해관계 집단의 대표성을 반영해 36명으로 의제숙의단을 구성해 2가지 연금개혁안을 도출해냈다. 이후 시민 500명이 참여하는 시민대표단이 토론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표단은 2가지 안 중 보장성강화론에 초점을 둔 ‘보험료율 13% 인상·소득대체율 50% 상향’ 안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낸 상태다.

만약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 입법까지 완수한다면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연금개혁에 성공하게 된다. 반면 이번 회기 안에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 22대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여야는 연금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고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추진 속도에 대해 온도 차가 있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가 임기 만료가 임박한 만큼 다음 국회에서 차분히 다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연금특위 주호영 위원장은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당장이라도 전체회의를 열어 회기 내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자”며 연금개혁 합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물론 이 대표가 지난 25일에는 여당에서 제안했던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당에서는 사실상 여러 조건이 달려 있다고 보는 만큼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쫓기듯 타결짓지 말고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다른 고위관계자는 이 대표가 여권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권의 소득 대체율 44% 제안에는 여러 조건이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나 학계에서도 두 가지 의견이 맞선다. 연금개혁 방향을 놓고는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안정론’과,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보장성강화론’이 배치된다.

정부 역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완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짧은 기간에 결론을 내기보다는 22대 국회에서 더 토론하고 논의해서 합의안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싶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