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만찬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오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회담하고 봄비가 오자 당나라 시인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를 인용했다. 작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담하고 8개월 만에 재회하자 반가움을 표시했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만찬을 갖고, 3국 협력 상징으로 새 ‘따오기’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3국 정상과 대표단 등 약 70명이 참여하는 환영 만찬을 열었다. 3국 공통 식재료인 두부·만두·장류로 만든 궁중 어만두, 한우 양념 갈비, 구운 채소, 오색 골동반, 시금치 된장국 등 한식을 제공했다. 초여름 궁중에서 먹던 전통 음식을 대접하며 유대와 협력의 의미를 담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제8차 3국 정상회의에 이어 4년 5개월 만에 정상회의를 개최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3국이 오랜 이웃으로 긴 역사를 함께하며 한자, 차(茶), 젓가락 등 문화적 공통점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했다”고 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따오기를 통해 3국 협력을 강조했다. 따오기는 한때 멸종 위기였으나 3국이 함께 복원해 개체수가 늘었고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따오기가 3국 협력의 결실이 된 것처럼 내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국민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도출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한국 케이팝, 일본 애니메이션, 중국 판다를 좋아해 서로 교류하고 있다”며 “3국 협력의 성숙을 위해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26일 윤석열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환영만찬을 시작하기 전 만찬장에 전시된 3국 도예가들의 작품을 관람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만찬장에 전시된 3국 도예가들의 작품들. /대통령실 제공

만찬은 21명의 한·중·일 어린이 합창단이 봄날의 만남을 축하하는 일본과 중국 민요를 부르며 시작됐다. 어린이 합창단은 2010년 제3차 3국 정상회의에서 진행한 ‘한·중·일 미래 꿈나무 2020 타임캡슐 행사’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했다. 당시 3국 어린이 2020명이 평화·번영·우정을 기원하며 묻었던 타입캡슐 편지를 발견하고, 14년 전 약속에 대한 화답으로 한국 동요 ‘무지개 빛 하모니’를 불렀다.

식후 공연으로는 한국 가야금, 일본 샤쿠하치, 중국 얼후 등 3국의 전통악기 합주가 이어졌다. 3국 현대음악 밴드는 우정을 노래했고 앙코르곡으로 신중현의 ‘봄비’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3국 정상은 만찬 전 경력 20년 이상 3국 도예가들이 출신 지역의 기법을 교류해 제작한 작품을 감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찬 공연과 전시는 3국 교류와 화합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