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5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자고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당이 제시한 개혁안을 수용하겠다며 21대 국회 임기 내에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기보다는 22대 국회에서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뉴스1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가 70년 대계를 쫓기듯이 타결짓지 말고 좀 더 완벽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 22대 국회에서 즉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연금 개혁 논의를 이어가자”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연금은 국민 모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사안이다. 대타협의 과정과 절차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오래 끌자는 것이 아니다. 이 대표가 여당 안을 받겠다고 양보할 의사를 이미 밝혔으므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혁은 이 시대의 가장 큰 민생 현안”이라며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으로 받는 돈)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께 간곡하게 요청한다”며 “역사적 소명과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며 연금개혁을 공언했던 약속을 국민께서 기억하신다. 대통령은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국회 연금 개혁 특위에서 여야는 보험료율(소득 중 내는 돈) 9%에서 13%로 올리자는 데 공감했지만,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으로 받는 돈)을 얼마로 할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연금 재정 지속성을 중시하는 국민의힘은 현행 42%(2028년까지 40%로 하향 예정)인 소득대체율을 43%로 하자고 주장했고, 노후 소득 보장을 강조하는 민주당은 45%를 주장해 왔다. 협상이 부진해지자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을 44%로 하자며 민주당에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연금개혁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도 열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결을 처리할 본회의를 소집할 명분으로 연금개혁을 이용하고 있다는 국민의힘 내부 시각을 의식한 것이다. 이 대표는 “(특검법과) 따로 분리해서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국회의장님께 필요하면 연금개혁과 관련한 회의는 다른 날 하루 더 잡아서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고, 의장께서도 그렇게 하시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으로 “이제 곧 22대 국회가 시작된다. 조속히 연금 개혁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와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연금 개혁에 관한 논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지만 있다면 더 나은 개혁안을 올해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 개혁 문제는 21대 국회를 5일 남겨둔 상황에서 정쟁의 소재로 사용할 문제가 절대 아님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보험료율: 국민연금 가입자가 소득 대비 납부하는 보험료의 비율. 근로자 1인 이상 고용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 월급에서 4.5%가 공제되고 회사 측이 4.5%를 더해 총 9%를 납부한다. 나 홀로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지역 가입자는 월 소득의 9%를 개인이 모두 부담한다.

소득대체율: 국민연금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말한다. 제도 도입 당시 70%였지만, 1998년 첫 개혁으로 60%로 조정됐고, 2007년 2차 개혁을 통해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하향됐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