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과방위)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중요 상임위원회입니다. 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 중 누가 차기 과방위원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 과학기술 선도를 위해 애써줬으면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AI)기본법과 양자과학기술 육성을 위한 양자법, 바이오법 입법이 중요한 만큼 특별히 신경썼으면 합니다.”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그는 2020년 국회에 처음 입성해 21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를 거쳐 과방위에서 활동했다. 2022년부터 1년간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를 맡아 의정활동을 이어오기도 했다.
5월 29일 21대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둔 이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IT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정치적, 정쟁적 이슈 때문에 과방위 회의 자체가 자주 열리지 않으면서 여러 좋은 법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최근 일본의 라인야후 사태 관련해 우리 정부와 네이버가 좀 더 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고 일본 정부가 네이버 행정지도 구실로 삼은 개인정보 이슈도 해결해야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 일문일답
― 21대 국회 회기 만료가 임박했다. 이번 국회에서 과방위에서 활동한 소회를 부탁드린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정무위원회를 담당하다가 후반기부터 과방위로 왔다. 과방위는 정말 현안도 많고 이슈도 많았다.
MBC 바이든·날리면 논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넷플릭스의 망사용료 분쟁,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논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슈, TV시청료 분리징수 문제 등 진짜 2년 동안 정신 없이 몰아닥쳤다.
야당 입장에서 방송 중립성·독립성이 당연히 중요한데 그런 부분이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약화됐다. 근거없는 R&D 예산 삭감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도 야당으로서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볼 때 여야가 매일 서로 정쟁만 벌인 것으로 보는데 야당 입장에서는 여러 견제 역할을 한 것이다. 법안소위라든지 상임위라든지 자주 열렸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 정치적, 정쟁적 이슈 때문에 회의 자체가 자주 열리지 않아 여러 좋은 법들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 인공지능(AI)의 개념을 규정하고 AI산업 육성과 안전성 확보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른바 ‘AI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21대 국회 내 처리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아쉽지 않은지
“AI기본법 같은 경우 법안소위 통과 후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모든 정보에 적용하기에는 인권 침해 우려 지적이 좀 있었던 것 같다. ICT 관련 법은 수시로 변동하는데 벌써 법안소위를 통과한 지 1년이 지나 사실 추가로 논의할 부분이 더 생겼다.
전체회의에서 일단 법안을 통과시켜 놓고 부족하거나 미진한 부분은 22대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하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보완할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법 통과가 가능할지 조금 의문이다. 상황을 봐야 할 거 같다.”
― 가계통신비가 비싸다는 말은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 단골 소재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도 없다가 이번에 그나마 도입을 했고 알뜰폰 사업자 체계도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소위 ‘성지’라고 불법 보조금을 내놓으며 시간을 교란시키는 사례도 있다. 음성적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모르고 그냥 제값 주고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관리·통제하는 게 좋을 거 같다.”
―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했던 것이 이유인데, 야당 입장은 어떠한가?
“법안을 폐지하기 전에 여야 합의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없이 여당은 3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제도를 꼼수로 만들었다. 총선 때문에 이슈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법안을 폐지하는 것과 개정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다.
원래 단통법은 A라는 사람이 어떤 요금제를 택하든 차별 없이 기기를 좀 싸게 구입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시행되고 일부 효과는 있었지만, 국민이 체감할 정도로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결국 단통법은 가계통신비를 떨어뜨리자는 취지인데 현재까지 통신사별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서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단말기 가격 자체가 너무 올랐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애플, 삼성전자 등 휴대폰 단말기 업체 등이 이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부분을 좀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가계통신비 인하 대안으로 꼽히는 알뜰폰 사업자를 좀 더 확장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 이통사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건 등 최근 개인정보 이슈가 화두다.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많이 나는 게 사실인데 제일 중요한 건 기업의 책임이다.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하고 그로 인해 이득이 발생하면 충분히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정보 관련 투자를 기업에만 자율로 맡기다 보면 의지가 좀 부족하거나 의지가 있더라도 기술·재정적 능력이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러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다만 이때 임의적으로 개입할 수 없으니 법 테두리로 접근해야 한다. 야당은 2023년 정보보호산업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현재 600여개 기업이 정보보호 공시제도를 이행하고 있는데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또 아직 법안 통과가 되지 않았으나 기업이 사이버 침해 사고를 인지하면 24시간 안에 신고하게 하고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로 제재하는 법도 준비했었는데 이런 부분도 필요하다.
이인영 의원이 발의하셨던 기업 정보보호 공시제도를 사후 검증하는 정보보호산업법 개정령도 이번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가 안됐는데 이 부분도 새롭게 발의될 필요가 있다.”
― 일본의 라인야후 사태는 어찌 보고 있나.
“라인야후도 결국 정보보호 이슈와 연결된다. 일본이 네이버의 자국 내 해킹 문제에 우려를 표하면서 일이 이렇게 전개된 것인데 네이버에서 좀 더 적극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만 네이버라는 회사가 자본력, 기술력이 없는 회사가 아닌데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라는 형태를 통해서 우리 기업 지분을 매각하려는 것은 분명히 경영권 간섭으로 보인다. 네이버든 우리 정부든 좀 더 강하게 대응해야 될 것이고 일본이 말하는 정보보호 부분을 해소해야 하는 것도 사실 맞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매각하게 됐다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한일투자협정이라든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통해 법적으로 들어갈 여지도 있고 일본도 이 부분이 두려워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계속 이슈화시켜야 한다.”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가 사실상 필수재로 등극한 세상이 됐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외국 기업이 요금 인상 등으로 이익은 얻으면서도 제대로 된 망 사용대가를 국내 이통사에 지불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은데.
“기간통신망 사업자가 망을 설치하는데에 천문학적인 돈을 쓴다. 그에 반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가장 큰 혜택을 누린다. 때문에 유튜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망무임승차방지법) 등을 발의했지만 아쉽게 이번 국회에서는 통과가 힘들게 됐다.
거시적으로 CP로부터 망 이용료를 좀 받아서 통신망을 사용하는데 재투자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 22대 국회 과방위 위원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과방위는 통신, 과학기술 등 우리나라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상임위다. 차기 과방위원들이 우리 과학기술 정보에 대한 지능 체계에 최우선을 두고 우리 과학기술 선도를 위해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또 정권에 따라 KBS 사장 등이 바뀌는 게 아닌 근본적인 체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AI기본법, 양자과학기술 육성을 위한 양자법, 바이오법 등 핵심산업에 대한 법도 잘 챙겨주길 바란다. 또 가계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많이 내놓았으면 한다.
여기에 이번에 개청하는 우주항공청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우주 5대 강국으로 가는 초석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많이 도와줄 필요가 있다.”
IT조선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