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21일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겨냥해 “반헌법적 권한 남용”이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특검 거부자가 범인”이라며 “윤 대통령은 범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정의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등 야6당과 시민사회 단체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병대원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해병대원 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지 14일만이다.

규탄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벌써 10번째”라며 “이는 헌법상 한계를 일탈하는 반헌법적 권한남용”이라고 했다.

이어 “채상병 특검법의 공포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에 요구한다. 대통령실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고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21대 국회는 채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며 “우리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날씨도 더운데, 속에서 열불도 난다. 윤석열 정권이 끝내 국민과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말했다”며 “범인임을 자백했으니 이제 범인으로서 그 범행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장동 특검을 겨냥해 “떳떳하면 사정기관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라며 “특검을 왜 거부하나.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를 이 대표가 역으로 꼬집은 것이다.

이 대표는 또 “가족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서, 자신의 부정과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 헌법이 준 권한을 남용하면 이게 바로 위헌, 위법, 부정”이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범인임을 자백한 윤 대통령과 정권의 엄중한 책임을 확실하게 묻겠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다른 나라에서 봤다면 대한민국은 왕권 국가인 줄 알 것”이라며 “벌써 거부권이 10차례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검찰 독재에 더해 행정 독재로 가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뒤를 따라가고 있다. 자랑스럽나”라며 “이 전 대통령의 말로를 기억하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의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총력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피하지도 않겠다”며 “윤 대통령은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길이길이 역사에 남길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민심 불복’”이라며 “제22대 국회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로 인한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설 것이다. 국민과 함께 채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해병대원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오면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특검 찬성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경기 평택병에 출마했다 낙선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후 SBS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이 특검법을 받지 못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법이 넘어오면 찬성표를 던지겠느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저는 생각이 그런 쪽으로 가있다”고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해병대원 특검법 국회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로 돌아오게 된 해병대원 특검법은 오는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재표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