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향후 3년 국정 운영 방향을 보면 무엇보다 ‘저출생 및 고령화 대비’에 방점을 두고 있다.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해 해당 부처 장관이 교육·복지 분야까지 아울러 사회부총리를 겸하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경제 분야 입법 과제와 관련해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대해 국회의 적극적 협력을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뉴스1

윤 대통령은 이날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출산 가구들의 주거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저출생대응기획부(사회부총리급)를 신설하겠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아젠다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더 자유롭고 충분하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연금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는 임기 내에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도 연금개혁 문제에 대해서 방치했다”며 “연금개혁은 22대 국회로 넘기고, 제 임기 안에는 확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논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제 임기 내 백년대계인 연금개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22대 국회로 넘겨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하고, 더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대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입법 과제 중에서는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할 수 있도록 국회가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내 증시에서 막대한 자금 이탈과 개인 투자자 타격 등을 근거로 폐지를 주장해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투세를 없애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소득 격차가 늘어난다는 이유에서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하고, 1400만 개인 투자자에게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우리나라 금융투자 세금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아 금투세까지 얹히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1400만 개인투자자의 이해가 걸려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이 무너지고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앞으로도 (금투세 폐지를) 국회에 강력히 협력을 요청하고 특히 야당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종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밸류업’ 정책에 대해서는 “시장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기업을 옥죄면서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기보다 분위기나 환경을 만들면서 기업 협력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지만, 시장에서 기대하는 강도 높은 정책도 계속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조금 기다려주면 밸류업을 착실하게 단계적으로 잘 진행하겠다”고 했다.

국민 체감도가 높은 장바구니 및 외식 물가 관리에 대해서는 “저성장의 늪에서 물가 관리를 하지 못하면 민생이 그만큼 힘들어지기 때문에 취임 이후 지금까지 물가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농수산 식품 물가는 수백억원을 투입해서 할인 지원을 하고, 수입품에 대해선 할당관세를 운용하는 등 모든 경제부처가 달라붙어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할당관세제도를 활용해 수입 원가를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해 좀 더 싼 식자재 식품들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정부 로드맵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 30여 년 간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라며 “저에게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복안은 없다”라고 했다. 다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은 국민 여러분들께도 감안하시리라 생각한다”며 “어느 날 갑자기 의사 2000명 발표한 것이 아니라 정권 초기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협회, 전공의협회, 병원협회, 대학협의회 이러한 단체들이 통일된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순 없다”면서 “다행히 야당에서도 많은 공감과 지지를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도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걸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