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결권) 카드를 꺼내들지 고심을 거듭하는 가운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나선다. 때마침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김건희 특검’ 무력화 의도”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특검 정국’ 속에서 여야는 물론 온 국민들의 시선이 윤 대통령의 ‘입’에 쏠릴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뉴스1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오는 9일 열린다. 앞서 윤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쇄신과 협치,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우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발언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자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정진석 비서실장을 통해 “엄중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직접적으로 거부권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상황이 복잡하다. 먼저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총선 참패 후 불과 한 달 만에 야당과의 ‘협치 모드’에 찬물을 뿌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가뜩이나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자칫 민심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이달 초 한 여론조사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한 국민 여론은 67%에 달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정치적 기반도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여당에서 소위 이탈표가 얼마나 될지가 ‘미지수’라서다. 지난 2일 본회의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만 특검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민주당이 재의결을 추진하면 몇 명의 의원들이 얼마나 찬성할지 추산하기 어렵다. 실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은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나선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한 단정적 표현은 쓰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 ‘윗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사단장 등 특정 인물을 보호하려 한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수사범위를 확대시키는 것을 적절히 제지했다는 취지로 의혹을 해소하려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번 특검의 성격이 ‘김건희 특검’과는 다르게 윤 대통령을 직접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들 관심은 윤 대통령이 직접 개입을 했는지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채상병 사건은 정부가 스스로 판을 키우는 등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있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채상병 특검 이슈가 이렇게까지 커질지 몰랐다. 사단장 사표만 받았으면 될 일이다. 결국 실타래는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하는데 계속 무리수를 두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라고 했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를 보고 나서 특검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식으로 전제를 둘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9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추가로 행사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특검을 수용 못하겠다”고 못 박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명품백 수사와 관련해서는 “수사중인 사안”이라며 발언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찰총장 시절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강조했다는 점에서, 또 이미 수사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개입’이라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사실 이 사건은 사실관계가 비교적 단순하고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만 보면 큰 사건은 아니다”라며 “다만 그만큼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검찰이 총선이 끝난 이후에 착수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야권은 명품백 수사를 ‘김건희 특검 물타기’로 보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2대 국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이니 부랴부랴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내며 특검 거부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또한 실체가 무엇이든 정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초 신년 대담에서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매정하게 못 끊어 내 아쉬운 점이 있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는 점에서 보다 확실한 사과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