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親윤석열)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최근 당 안팎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4·10 총선에서 낙선한 당 영입인재들과 24일 조찬 회동을 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공천 배제된 인사들과도 만난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꼽히는 이 의원이 표심 관리차 ‘친윤 세 몰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총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할 친윤계가 또다시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내부 비판도 적지 않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8시 당 영입인재로 총선에 출마했다 떨어진 낙선자 20여명을 만났다. 김수정·김효은 후보 등이 참석한 회동은 약 2시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당선되지 못했지만 그동안 수고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라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낙선자들을 위로하고 앞으로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했다”며 “이번 총선에서 부족했던 전략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전날에도 조정훈 의원과 함께 영입인재 당선인들과 조찬 모임을 했다. 두 사람은 총선 때 인재영입위원회 소속으로 함께 활동했었다. 이 자리에선 22대 국회에 입성할 영입인재들의 정치적 행보와 당내 현안, 상임위원회 분배 등을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원내대표 출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다만 이 모임을 두고 당내에선 사실상 원내대표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하마평에 오른 인물 대부분은 당 주류인 영남권 및 친윤 중진들이다. 현재 4선 김도읍(부산 강서구)·박대출(진주갑)·김태호(양산을) 의원과 3선 송언석(김천시)·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언급된다.
내부 평가는 엇갈린다. 총선 패배로 ‘친윤 정당’ ‘수직적 당정 관계’에 대한 민심이 확인된 상황에서, 주류가 재규합하는 모양새는 당에 악재가 될 거란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일이 정해지자마자 반성도 없이 사람을 모으려고 한다”며 “이철규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것도 결국 개인 영달을 위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당 밖에서도 ‘건재’를 알리려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 참패에도 친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시그널을 당 안팎으로 과시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이 뽑는 만큼, 인재영입으로 공천받아 당선된 사람들의 표를 제 것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찐윤 이 의원이 윤석열 대리인으로서 당 장악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작업”이라고 했다.
총선에서 175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도 ‘친명(親이재명) 원내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날까지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이 대표 측근이자 최고위원인 3선 박찬대 의원 뿐이다. 후보가 난립할 거란 관측이 있었지만, 출마를 준비했던 서영교·김민석 의원 등이 줄줄이 포기해 사실상 교통정리가 됐다. 여야에서 각각 ‘친윤’ ‘친명’ 원내대표가 당선될 경우, 22대 국회 초반부터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