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청운공원은 종로구청이 주최한 신년 해맞이 행사에 나온 수백 명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현장에는 최재형(67) 국민의힘 의원, 전현희(59)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이종걸(66)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왔다. 이들은 조선비즈와 만나 4월 종로에 출마한다고 했다.
각 당 공천 결과가 나온 현재 이들 중 현역 지역구 의원인 최 의원만 종로에 출마하게 됐다. 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노무현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 개혁신당 금태섭 전 의원과 맞붙을 예정이다.
‘정치 1번지’ 종로는 선거철마다 주목받는 지역구다.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대통령을 3명 배출했다. 여야가 번갈아 가며 당선될 만큼 접전을 벌여온 곳이기도 하다.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최 의원은 법조인이자 감사원장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에 반발해 감사원장직을 스스로 버렸다. 비슷한 행보를 보인 윤석열 대통령과는 대선 후보 경쟁자이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5가에 위치한 선거 캠프에서 최 후보를 만났다. 현장에는 빨간 점퍼를 입은 이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최 후보는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 공천 후 지역 민심이 국민의힘으로 쏠리는 걸 느낀다”면서도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많이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재선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다. 구국의 심정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지역 분위기는 어떤가.
“매일 새벽에 일어나 구민들을 만난다. 현장 분위기는 좋다. 그러나 고물가와 고금리 등 민생 경제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집권 여당을 보는 속내는 다를 수 있다.
선거 슬로건은 ‘중단 없는 종로 발전’으로 정했다. 종로는 지난 10년 동안 국회의원과 구청장을 민주당이 맡으면서 발전이 정체됐다. 도시재생에만 집중한 탓이다. 주거 문제 외에도 국정, 구정 운영 방향이 전반적으로 그랬다.
이후 서울시장과 구청장이 여당 인사로 바뀌었다. 변화가 시작되면서 중단 없는 발전을 바라는 구민이 많아졌다.”
ㅡ최대 현안이 주거환경 개선인가.
“그렇다. 주민들이 손해보지 않고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는 재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히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
경제,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인데 대한민국 개혁을 뒷받침하려면 입법이 필수적이다. 21대 국회는 여소야대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쟁만 일삼은 거대 야당 탓에 제대로 일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반드시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
ㅡ여야의 이번 총선 공천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의힘 공천에서는 용산 대통령실 출신이 대거 경선에서 패배했다. 시스템 공천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당내에서 현역 중진들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말은 있었지만, 중진 중에서도 불출마와 험지 출마를 한 분들이 있어 잡음은 크지 않았다.
이는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는 증거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단일대오를 이뤘다. 현역과 중진 물갈이가 부족한 부분은 비례대표를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 여성과 시민사회 출신 등이 보강될 것으로 본다.
반면 민주당 공천을 보면 총선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오로지 이재명 대표의 당권 강화가 목표인 공천이다. 이는 사법 리스크로부터 이 대표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무엇이 이재명에게 유리한가’ 외에는 아무런 원칙도 없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탈당이 계속됐다. 이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행태다. 유세 현장에서 만나보면 민주당 지지자조차 이재명 공천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고 있더라. 민심이 동요하는 걸 느낀다.”
ㅡ경쟁자인 곽상언, 금태섭이 모두 법조계 후배다.
“곽상언 후보는 잘 모른다. 유세 현장에서 가끔 마주치는 정도다. 일단 드러난 정치 이력을 보면 그의 부모님 고향인 충북에서 출마했다가 큰 차이로 패배했다. 그 지역은 당시 민주당 바람이 거셌던 지역인데도 그랬다. 그는 재작년 지방선거에서는 출마하지 않고 종로에 지역위원장으로 왔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다.
금태섭 후보는 민주당에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다 탈당했다. 금 후보는 내가 감사원장으로 재직할 때 20대 국회 법사위원을 하면서 만난 적이 있다. 합리적인 인물로 기억한다.”
ㅡ2년간 정치를 해보니 어떻던가.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오다가 드라마틱하게 정치에 입문했다. 사실 정치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평생 말을 아끼면서 살았는데 정치는 말로 해야 한다. 장점이 있으면 자기 자랑도 해야 하는 데 평생 반대로 살았다. 대중의 기호에 맞는 모습으로 변신할 필요성을 느끼긴 했다. 그래도 중요한 근본은 진정성과 실력이다. 겸손하게 국민 의견을 듣고 섬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ㅡ단수 공천됐다. 이유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종로는 상징성이 크다. 현역 의원으로 2년 동안 구민 목소리를 경청했다.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를 항상 고민했다. 짧은 기간일 수는 있지만, 2년간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됐다. 기회가 더 주어지면 구민들과 함께 고민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또 종로에서 경쟁력이 있고 구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 인물이 당내에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 공천에 세 명이 응모했는데 나도 잘 모르고 구민들도 잘 모르는 분들이었다.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에서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 물론 지역구 주요 인사들의 지지도 있었다.”
ㅡ지역구 판세는 어떤가.
“종로는 단지 하나의 지역구가 아니다. 전국 정치 판세를 보여주는 풍향계 같은 곳이다. 여야 공천이 끝나가면서 최근 우리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민주당 지지율이 낮아지는 등 민심이 움직이는 게 감지된다. 다만 종로는 원래 여야가 팽팽하다.
내가 당선된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번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 표가 부족하다는 자세로 뛰겠다.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
ㅡ2년간 국회서 거둔 성과는.
“법안은 갯수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본회의를 통과하고 실질적으로 국민 삶이 어떻게 달라졌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연말까지 내가 대표 발의한 법안은 반 이상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역사회에서 요양 또는 돌봄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 통합지원 법률안’은 나의 제정안 중심으로 통과됐다.
또 ‘동방명주’ 사태처럼 외국을 위한 로비스트의 국내 활동을 규제하는 ‘외국대리인등록에 관한 법률’도 발의했다. 북한 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결의안도 주도했다. 이를 통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탈북민 강북송에 대해 명시적인 의견 표명을 했다.”
ㅡ재선하면 뭘 하고 싶은가.
“아직 다 이뤄진건 아니지만, 40여년간 그대로인 고도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최종심의를 거의 끝냈다. 서울시 조례 개정만 남아있다. 자연경관지구, 문화재보호 지구도 연말까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역 주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규제완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다만 문화재보호 지구 완화의 경우 규제가 엄격해 입법으로 풀어야 한다. 아울러 종로구가 봉제산업 집적지구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도 이끌어 냈다.”
ㅡ한동훈 위원장은 다녀갔나.
“시기를 조율 중이다. 가급적이면 빨리 와주셨으면 한다. 종로 선거가 가지는 의미가 커 한 위원장이 선거 분위기를 이끌었으면 좋겠다. 종로구민의 한 위원장님 지지가 높다. 유세를 다니다보면 ‘한 위원장님이 언제 오시냐’고 많이 묻는다.(웃음)”
ㅡ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꼽았다. 종로구 기념관 설립에 대한 의견은.
“최근 당원들과 다큐멘터리 ‘건국 전쟁’을 봤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해방 후 공산주의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시점에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를 기초로 한 헌법을 제정하고 나라 기초를 세웠다. 김일성을 앞세운 국제적인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냈다. 이는 외교의 승리다. 특히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통해 안보를 지켰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
역사적인 과도 있겠지만, 공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초대 대통령을 평가하고 기억할 공간이 필요하다. 예정 부지인 종로구 송현공원은 시내 한복판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의미 있는 기념관을 짓고 시민이 공유하면 좋겠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적극 검토 중이다. 다만 시민 의견 수렴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이다.”
ㅡ끝으로 하고싶은 얘기는.
“당원들에게 내가 재선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다. 그래서 구국의 심정으로 선거에 임하자고 한다. 중단 없는 종로 발전을 이끌겠다.
최근 고물가, 고금리로 민생 경제가 안 좋다. 휴일에도 주택가 주차장에 차가 꽉 차있다. 그만큼 소비할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런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역사가 있다.
‘제발 싸우지 말고 우리들의 삶 좀 챙겨달라’는 게 국민의 목소리다. 다만 국가 미래를 위해 잘못된 건 과감하게 지적하겠다.”
☞최재형은 누구?
1956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13기로 수료한 후 육군 법무관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 2월 사법연수원장으로 근무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으로 임명됐다. 사용 기한을 종료시킨 월성원전의 경제성에 대한 감사로 문재인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과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결국 2021년 6월 28일, 6개월여의 임기를 남기고 감사원장직을 사퇴하고 7월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으나 2021년 10월 8일 2차 컷오프로 탈락했다. 이후 10월 16일 홍준표 당시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보궐선거에서 종로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민의힘 서울 종로구 제21대 국회의원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어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했고 이번에 재선에 도전한다.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 맞은편 작은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취미는 탁구다. 원두를 직접 갈아서 만든 커피도 즐긴다.